동생이 무용담을 들려주면 나는 조용히 앉아 귀를 기울이며 감동을 받는다. 친구가 “.......”라면서 CF 속 한 장면처럼 초콜릿을 건넨 이야기. 친구가 남친을 만나서 어디 어디 콘서트에 갔다는 이야기. 친구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했는데도 뛰지 않고 걸었다는 이야기.
내가 가장 경청해서 들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시험을 보고 있었눈데, 중간 지필 평가 때였눈데, 배가 고푼 거야. 배 고푸면 꼬르륵 소리 나잖아? 그래서 신경 쓰이더라구. 혹시나 시험 보는 친구들한테 방해될까 봐. 그래서 과자를 먹었지. 몰래. 필통에 숨겨두고. 군데군데, 선생님도 몰랐어!” 나는 이 ‘무용담’에 귀를 기울이며 한 아이가 싸웠을 수많은 생각들, ‘배가 고파 어떻게에’, ‘선생님 보시면 어쩌지’, ‘들키면 어쩌지’ 등을 떠올리게 됐고, 공감을 하고 맞장구를 치게 됐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오빠 참관 수업은 없는가? 학부모 참관 수업만 있고, 오빠는 차별하는 것인가? 수업 시간에 하는 딴짓을 잘 ‘캐치’하는 사람은 형제자매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부모님은 안 된다. 첫째로 그분들은 학창 시절을 지낸 지 너무 오래되셨다. 둘째로 그분들은 자녀에 대한 사랑에 치우쳐 정당한 판단을 하시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형제자매들은 그래도 근래에 학교생활을 해봤다. 가장 예리하고 예민한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동생들이나 언니 오빠가 과자를 먹는지 핸드폰을 하는지 아니면 멍을 때리고 게임방 생각을 하는지 ‘캐치’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빠 참관 수업 도입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