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雪景

by 오솔

아가야.

오늘도 너는 여느날처럼 엎드려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꼬물꼬물 놀고 있구나. 너는 잘 놀다가도 뭐가 불편한건지 갑자기 칭얼거렸어. 태어난지 갓 6개월이 넘은 너는 궁금한것도 신기한것도 즐거운 것도 많지만, 그만큼 두렵고 불편하고 싫은 것들도 많나봐. 그렇게 끙끙대고 칭얼거릴 때 나는 너를 안아올리고 등을 토닥이며 너와 함께 창밖을 자주 보곤 한단다.


어느 날은 햇살이 가득 들어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안개가 자욱하기도 한데, 오늘은 겨울의 한가운데 와있는 것 처럼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너와 매일 구경하던 건물들, 반대편 아파트, 도로와 공원의 나무, 바삐 굴러가는 자동차들. 모든 것은 그대로지만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서 더 따뜻하고 예뻐보이는구나.


그렇게 너와 내가 따뜻한 체온을 나누다보면 너의 찡얼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멈춘단다. 그리고 너도 엄마처럼 가만히 밖을 들여다보고 있네. 그렇게 너와 나는 한참을 눈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구나.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눈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눈 하나하나의 결정체도 보이고, 눈의 움직임도 보인다. 눈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유리조각처럼 투명하고 화려한 결정체를 갖고 있구나. 그리고 눈송이마다 모양이 다 다르네. 길다란 유리조각 같은 눈송이, 흩뿌려진 보석들 같은 눈송이, 조그만 눈송이, 커다란 눈송이. 눈송이의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르게 생겼구나.


그리고 모두 다양한 방향으로 흩날리고 있다. 나는 눈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것인줄만 알았는데 아니더구나. 어떤 눈송이는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옆으로 가기도, 어떤 건 바람에 날려 제자리에서 맴돌기도 하고 있다. 어떤 눈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어떤 눈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너에게도 너만의 모양과 방향, 속도가 있겠구나. 그리고 너의 주변 많은 사람들도 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멀리서 볼 땐 하나의 멋진 눈내리는 풍경이 되고,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자기만의 결정체를 가지고 있지.


소중한 우리 아가야. 너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멋진 설경 속 눈 한송이가 되어가겠지. 네가 너만의 결정체로 그 안에서 존재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내가 엄마로서 너의 모양과 방향, 속도를 지켜줄 수 있길, 그 자체로 바라봐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 너를 안고 바라본 이 풍경을 잊지 않으려 해.




이런 별거아닌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너는 점점 잠이들곤 해.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 네 외할아버지에게서 메시지가 왔지. 할아버지댁 앞마당에도 눈이 많이 내려서 뽀얀 마당이 되어있더구나. 네 외할아버지는 엄마에게 예쁜 풍경을 보며 잠시 쉬라고 영상과 사진을 보내줬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따스함을 마음에 품고 곤히 잠든 너를 더 폭 감싸안는다.




작가의 이전글가지파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