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권고사직, 비로소 마주한 나

by 다은

“이 일은 다은 씨와 맞지 않는 거 같아, 이번 주까지만 나와.”


결국, 이번에도 권고사직을 당했다. 1년은 버텨보려고 애썼는데, 회사에서 자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단호한 사장님 앞에서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서도 적응을 못했구나. 한심하게 느껴져,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이제 무슨 일을 해야 될까. 아니, 앞으로 일을 할 수는 있을까. 갑작스러운 해고에 길을 잃어버린 어린아이가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송별회를 했다. 2시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스크린 야구장과 노래방을 거쳐 10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그래, 마지막 날이니까.’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고 하하 호호 즐기고 있는데, 차장님이 또 한 마디 했다. “다은 씨~ 평소에도 이렇게 어울리지 그랬어!” 가볍게 던진 돌멩이가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아, 이래서 잘린 거구나. 밥 먹듯이 하는 회식에 몇 번 빠져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진작 어울릴 걸’ 후회되지는 않았다. 오늘은 마지막 날의 발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속으로는 ‘잘라줘서 감사하네요, 실업급여받고 잘 지낼게요.’ 중얼거리며, 겉으로는 웃음을 띤 채 “네, 그러게요.” 하고 대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갈 길을 잃은 내 마음처럼 3월의 봄날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회사생활도 막을 내렸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이 악물고 버텼다. 그때의 나는,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썼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3개월 만에 그만두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시선뿐만 아니라, 오래 버티지 못하는 사람을 향한 사회적인 시선도 두려웠다. ’ 1년도 못 버티면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비난할 것만 같았다. 남들의 시선만 신경 쓰느라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24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생겼다. 나는 왜 무역사무를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취업 성공 패키지라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던 나는, 취업 상담사한테 “저는 돈 별로 관심 없어요, 그냥 사무보조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래도, 토익 점수가 있으니까 무역 사무가 낫지 않을까요?” 그제야 무역사무라는 일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 붙었다.


그렇게 들어간 첫 회사에서 한 달 만에 잘렸고, 두 번째 회사에서도 7개월 만에 잘렸다. 두 번의 권고사직을 겪으며 깨달았다. 무역사무는 나와 맞지 않는구나.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그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는 건, 좋아하는 걸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 때 행복한지, 어떤 상황에서 견디기 어려운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어쩌면 지금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로소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는 남들보다 못하니까, 이걸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어’ 자신을 깎아내리며, 마음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말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살 수는 없어.”, “취미는 그저 좋아하는 상태로 남겨둬야 해.”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오히려 반발심만 커졌다. 아니, 나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살 건데?


세상의 소리를 잠시 멀리하고, 오늘도 작은 노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본다. 아직 뭐 하나 이룬 게 없지만, 또다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적어 내려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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