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빠지는 데 있어 어떠한 이유가 굳이 필요하긴 한 걸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닮아서, 콧속에 맴도는 향이 좋아서, 다정한 목소리가 좋아서, 웃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서, 기타 등등... 굳이 이유를 찾으라면 오목조목 안 찾을 이유가 없겠지만. 내가 사람에게 빠질 때엔 ‘그냥’이라는 단어를 대신할만한 강력한 이유는 또 없는 것 같다.
한낮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온몸이 쫄딱 젖어버리는 것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한 번 빠지면 그냥 속절없이 빠져버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렸을 때 왜 그들이 좋아졌는지에 대한 이유 따위는 어쩐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냥 너라서 좋았던 거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대체할 수 없고, 오직 그 사람 하나뿐이니까.
같은 맥락으로 나라는 사람은 사랑 앞에선 이성이 마비되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은 이유를 앞세워 마음을 억누르기보다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마음을 줘버리는 사람에 가깝달까.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 좋아?”라고 물었을 때 “그냥”이라는 대답만큼 순수한 대답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 대답이야말로 너의 사소한 습관과 행동들까지 모두 다 난 사랑한다는 신실한 고백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