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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빈 공간은 굳이 채우지 말고

by 최다은
@gyuhyeom


핀터레스트를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짤. 짤에 적힌 문장들이 마음에 너무 와닿아서, 그래서 나는 반사적으로 지난날에 대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신과 나의 관계에 이름이 붙고 난 이후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이 늘어난 감정들. 여러 기대감과 이기심, 실망, 서운함과 같은 것들. 왜 아무 관계가 아닐 때엔 0점이어도 상관없던 것들이 '어느 관계'라는 이름을 붙이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길 원하도록 변하게 되는 걸까?


연락을 자주 해줬으면, 나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으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상냥하게 대해줬으면, 함께한 시간이 꽤 흘렀지만 내 눈엔 여전히 네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줬으면, 기타 등등...


당신을 그토록 사랑할지 몰랐던 나의 실수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각자 서로의 역할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의무와 책임을 다 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의 나는 저 짤에 나와있는 대로 오히려 관계에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퓨어한 관계에 괜히 입맛대로 이름을 붙여 서로를 구속하고, 책망하고, 실망시키고 싶진 않으니까.


어쩌면 나이를 먹은 만큼 누군가와 엮이는 것이 겁이 나 나답지 않게 비겁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그건 그만큼 어떤 관계든 간에 섣불리 이름을 붙여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


누구 한 사람이라도 상처를 받고 끝내야 하는 관계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 사람으로 상처받는 게 얼마나 아픈 지 잘 알고 있기에 그 아픔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은 신중한 염려.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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