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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가벼움

by 최다은

마음을 내려놓으면 편안하단 말이 있지 않던가. 올해엔 그 말에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마음은 물론이고 몸마저 왠지 가볍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찌꺼기처럼 남은 감정의 불순물을 완전히 비워내진 못 했지만.


​무거운 돌덩어리가 얹어진 듯한 그런 기분에 해방된 것 자체만으로 나는 내가 한 뼘 더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욕심내고, 기대하고, 조바심을 내고, 실망하고 하는 것들.


내가 느낀 바로는 끓는 물도 100도라는 임계점이 있듯이 감정도 마찬가지다. 끓을 때까지 끓으면 남은 일은 하강하는 일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그런 감정을 품었다는 사실조차 새삼스러워지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라는 건 참 쏜살같다. 내가 오래 간직하기로 마음먹지 않으면 금방 흩어져버린다. 그러니 누군들 시절인연에 괜히 가슴 저며하지 말자. 인연이라면 결국 언젠간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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