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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What's your attitude?

by 최다은

최근 어떤 사람을 만날 일이 있었다. 지인도 친구도 아닌 정말 말 그대로 낯선 사람에 가까운 사람. 먼저 도착해서 커피를 시키고 있는데 그 사람이 들어왔다. 이야기에 앞서 나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러 명이 있는 자리보단 오히려 단 둘이 있는 자리에 더 자신 있어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크게 틀어져 있는 음악 소리. 처한 환경이 나지막이 이야기를 하기엔 썩 좋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만나자고 먼저 제안을 한 건 그쪽이었는데 그쪽이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그 사람도 그걸 알아차린 듯 "대화를 정말 잘 이어가시네요. 다른 사람들은 낯도 가리고 어색해하는데 다은 님은 전혀 안 그래 보여요."라는 말을 했다.


대화를 할 때 중요한 건 대화의 질 또는 양에 앞서 서로의 눈 맞춤이나 통한다는 느낌.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은 시종일관 내 눈은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허공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 고개를 삐딱하게 튼 상태 그대로 대화를 내내 이어나가기만 했다.




생각해보면 친하지 않은 상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이처럼 다소 어색하고, 더 나아가 고역일지도 모른다. 대화 중간중간 어김없이 자리 잡는 정적에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에 맞서는 건 바로 진실된 태도가 아닐까? 당신을 더 알고 싶다는 눈빛. 당신을 존중한다는 마음가짐. 무조건적으로 당신 말이 맞다는 지나친 긍정이나, 분위기를 풀어보려 던진 농담 하나에 지나친 부정을 하는 모습은 아마 그 사람에 대한 흥미를 더 이상 끌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다시 볼 것처럼 헤어졌고, 난 그 사람과의 인연을 한 번의 만남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날 마신 커피는 왠지 유난히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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