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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Apr 02. 2022

순정파

 순정파라는 단어의 출현이 갈수록 희귀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엔 티비를 틀면 예능에서 순정파라는 단어를 쓰는 걸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시절엔 잘생기고 학교 짱인 남자 주인공이 가진 것 없고 평범한 여자 주인공만을 좋아하는 인소가 유행하던 시절이니 순정파의 출현이 어쩌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순정파의 경계란 참으로 위태롭고 애매모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늘어나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고, 그 수치 또한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순정파란 상대가 싫다는데 일방적으로 들이대는 그런 거 말고, 스며들듯 말 듯 은은하게 상대 곁에 머무는 게 아닐까 한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를 손가락으로 세어볼 수 있음에도 묵묵히 내가 가진 마음을 유지하는 것. 불순한 마음보다는 순도 깊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것.​


 주위에선 이런 나를 종종 안쓰럽게 보기도, 답답하게 보기도 하지만. 원래 한 번 돛을 내린 마음은 쉽게 뜨기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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