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묘비 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슬퍼하듯이 나는 사랑도 끝이 나면 그 사랑에 대한 애도를 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별이라는 묘비 앞에서 말이다.
맘껏 목놓아 울기도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흔적을 더듬기도 하면서, 둘만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일정의 시간을 들여 애도를 하고 나면 나는 지난 사랑을 땅 속 깊이 묻어둔 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않듯이 죽은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전의 사랑과 같다고 계속 최면을 걸지라도 잘 살펴보면 그 사랑은 이전의 형태와도 다르고, 곳곳에 깨진 흠집이 보이거나 변색이 되어 있을 것이다.
떠나야 하는 순간을 안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지난 계절과 추억, 감정이 뒤엉킨 사랑을 끝내야 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지금껏 내가 경험한 이별들은 나를 더욱더 강인하게 만들어주고,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구태여 그걸 또 경험하고 싶을 만큼 나는 사랑에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그대 곁에 바람처럼 머물다 소리 없이 떠날 바엔 차라리 머물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
내가 가진 마음이란 게 이토록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