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종이를 찢지도 않았는데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순간들은 늘상 나를 찾아오곤 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종이에 살짝 배여도 아픈 게 사람이거늘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순간엔
마른 마음에 혹여 흉이 지진 않을까,
평소보다 더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고르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내가 입밖에 내는 말들은 생각보다 잔인하고, 가차 없다.
어째 작별인사는 이리 잔인해야만 하는 걸까.
작별로도 이미 충분히 버거울 만 한데
작별인사를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잔인한 작별인사야말로 그 사람을 위하는 것임을.
그동안 작별인사답지 않은 작별인사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낭비했는가.
머무르지 않고 떠날 거라면, 나는 그럴수록 작별인사는 더 잔인하고 확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여지나 미련 따위는 단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희망과 가능성 따위는 완전히 배제한 채
그 사람의 안녕을 고해주는 거다.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라든가
너라면 좋은 사람 만날 거야 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운 채
작별인사는 잔인하고 확실하게.
그게 내가 이별을 대하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