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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May 20. 2022

이제.여기서.그만

 연애를 할 때 제일 무서운 마음은 원망도 증오의 마음도 아닌 바로 지치는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지킬 거라 하던 약속을 번번이 어길 때. 기본적인 것들조차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때. 내가 좋아한다고, 싫어한다고 말했던 것들을 그저 무심히만 대할 때. 그럴 때 나는 줄곧 ‘지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지치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게 더 이상 기대하는 바가 없어지고, 펄펄 끓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간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있는 와중에도 ‘이 손을 과연 언제까지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처럼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내가 앞으로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만이 나를 압도할 뿐이다. 서로의 품을 나눠도 혹여 이 밤이 마지막이 되진 않을까란 걱정부터 앞선다.




 사랑을 할 때 나의 한계를 아는 건 그런 의미에서 꽤나 무서운 일이다. 나의 마음이 어느 지점에 와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어설프게 믿어주는 건 내가 그만큼 그를 사랑해서 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믿어달라는 그의 말에 거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도 누구보다 제발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나의 절절한 마음이 녹아들어 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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