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랑에 빠진 걸 알아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마음에 둔 누군가에 홀려 '내가 이래도 되나'싶으면 십중팔구 그건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다. 사랑에 빠지면 무섭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이에게 계속해서 감정이 쏠리고, 그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내내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러면 안 되지'하면서 이미 산등성이에 번진 불처럼 타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를 쓰지만, 이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순순히 백기를 들곤 한다.
상처받은 기억, 버림받은 기억, 사랑했지만 결국엔 서로를 떠나보낸 기억. 그 많은 날카로운 기억들 때문에 반사적으로 나는 사랑에 빠진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또 그러고 싶냐고 주의를 주고, 혼쭐을 내지만 사랑에 빠진 건 정말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곧 내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삶에서 몇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마음먹는다.
지금 느끼는 행복이 언제 깨질까 하는 두려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은 얼마나 갈까 하는 의구심. 사랑이라는 뜨거운 태양 아래 자연스레 따라오는 서늘한 그림자와 같은 것들. 그것들을 뒤로하고 나는 사랑에 빠진 이 순간을 누구보다 즐기고 싶다. 사랑에 빠진 나는 짱구만큼이나 못 말리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