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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Jun 07. 2022

도취

 스스로 사랑에 빠진 걸 알아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마음에 둔 누군가에 홀려 '내가 이래도 되나'싶으면 십중팔구 그건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다. 사랑에 빠지면 무섭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이에게 계속해서 감정이 쏠리고, 그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내내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러면 안 되지'하면서 이미 산등성이에 번진 불처럼 타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를 쓰지만, 이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순순히 백기를 들곤 한다.


 ​상처받은 기억, 버림받은 기억, 사랑했지만 결국엔 서로를 떠나보낸 기억. 그 많은 날카로운 기억들 때문에 반사적으로 나는 사랑에 빠진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또 그러고 싶냐고 주의를 주고, 혼쭐을 내지만 사랑에 빠진 건 정말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곧 내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삶에서 몇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마음먹는다.


 ​지금 느끼는 행복이 언제 깨질까 하는 두려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은 얼마나 갈까 하는 의구심. 사랑이라는 뜨거운 태양 아래 자연스레 따라오는 서늘한 그림자와 같은 것들. 그것들을 뒤로하고 나는 사랑에 빠진 이 순간을 누구보다 즐기고 싶다. 사랑에 빠진 나는 짱구만큼이나 못 말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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