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갑을 하룻밤 새에 내리 피우던 때가 있었다. 초췌한 몰골로 출근길의 사람들을 지나쳐 김밥천국에서 배를 채우던 때가 있었다. 잠긴 목을 가라앉히려 웰치스를 마시던 중 출근길의 아빠에게 걸려 호되게 혼이 나던 때가 있었다. 소주 두병을 훌쩍 넘겨 오이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려 반월에 갔다가 별 지랄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고도 매일 술에 절여 살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의 최다은과 지금의 최다은은 딱 보기에도 너무 다르다.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겠지. 나랑 평생을 함께할 사람에겐 나의 모든 걸 알려주고 싶다. 그 사람이 그래, 많이 외로웠겠네 라며 나의 과거까지 온전히 감싸주길 바라는 건 내가 너무 촌스러운 멜로극을 바라는 걸까.
하지만 사랑을 하다 보면 가끔은 유치하고 촌스러워야 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그럴 때 나는 왜 저래 하는 사람보다는 옆에서 같이 장단을 맞춰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묵혀왔던 자신의 얘기를 꺼내면 나는 그래, 많이 외로웠겠네 하며 그래서 당신이 지금 나를 만났나 보다라고 답해줄 자신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