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거진 십 년 가까이를 보지 못 한 친구와 어찌저찌 연락이 닿아 약수에서 보게 되었다. 연락을 먼저 한 건 친구였지만, 만남을 먼저 제안한 건 나였기에 주저함이 없어 보였을지 모르지만, 친구를 만나는 당일까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혹시 모를 어색함의 공포와 종교나 다단계 권유의 위험,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말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만나는 당일까지도 나답지 않게 그리 긴장이 되었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친구와의 만남은 짧은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고, 재밌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라 더 각별했다.
이 나이쯤 되니 누군가와 마음이 맞는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그만큼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친했던 친구와 갑작스러운 절연으로 마음 아파하는 친구에게 “뭐 그리 마음 아파해. 어차피 인연이면 돌고 돌아 다시 만날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라는 쿨하다 못해 냉한 말을 내뱉은 나이지만. 그 말은 사실 멀어지는 인연들에 마음 아파하는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이었다.
알고 지낸 기간이 길면 길수록 특별하고 각별하다고 생각하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알고 지낸 기간과는 상관없이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하는 관계면 장땡이지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친했고, 깊었던 관계였을지라도 지금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건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뜨거웠고 열렬했던 사랑이었을지라도 끝이 나면 추억 속에 모두 묻어두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좋고, 그런 관계가 좋다. 시간의 공백에 아득히 멀어져 버린 사람과 관계엔 부디 안녕을.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부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