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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Sep 20. 2023

언제 어디서든

 8월 21일부터 31일.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감사하게도 광화문의 오래된 파스타 집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1994년에 문을 연 가게는 28살인 나보다 무려 한 살이나 더 많은 곳으로 세월의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가게엔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꽤 많이 찾아오곤 했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바쁘지 않은 시간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짧게 짧게 틈새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가게엔 의외로 노년층의 손님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잘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생각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다.


 소화가 영 잘 안되는 통에 잘 드시지 못하는 할머니는 과연 파스타를 좋아하실까? 이 가게에 모셔와서 같이 식사를 하면 어떨까? 와 같은 생각 말이다.


 ​그 생각은 자연스레 엄마 생각으로 번져 엄마와 함께 이 가게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은 멋있게 내가 하고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곳에 갔을 때, 좋은 것을 봤을 때, 기타 등등…. 굳이 애쓰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이 저절로 떠오르는 걸 보면 나는 사랑이란 혼자 있을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참 다정스럽다.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게 만들다니. 그 사실은 무미건조한 이 삶을 퍽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새벽부터 가을비가 내린다. 비가 오고 나면 늦더위도 한풀 꺾일 것이고, 제법 가을다운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올해가 가기 전엔 엄마랑 꼭 맛있는 파스타를 맛봐야겠다. 아, 물론 계산은 멋있게 내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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