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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Jun 05. 2024

사랑의 유통기한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통 사랑의 유통기한은 평균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라고 한다. 일수로 따지자면 900일 정도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900일이 지난 후의 모든 사랑은 다 비극적으로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생을 보통 100살 정도 산다 치면 2년 반 남짓한 사랑의 기간은 짧아도 너무 짧다.

 사람들이 보통 어떤 음식의 유통기한을 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날짜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새어 나오는 쿰쿰한 냄새를 맡는 것으로, 썩어 문드러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으로, 더 나아가서는 제각각 피어난 곰팡이로 우리는 대개 상한 음식을 가려내곤 한다.

 음식이 아닌 물건일지라도 변색, 해짐의 정도, 가동력 가능 유무로 쓰고 있는 물건의 유통기한을 파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놈의 사랑은 시각적으로 나 후각적으로나 도통 유통기한을 알아낼 수가 없다. 영화 <클로저>에 나온 대사처럼 사랑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겨워졌다는 이유로,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외 갖가지 이유로 마음대로 사랑의 유통기한을 결정짓는다.

 시큼한 냄새에 고개를 젓지 않았는데도, 촘촘히 솟아난 곰팡이에 구역질을 하지 않았는데도, 관계의 끈이 낡았는지 멀쩡한지 알지 못함에도 각자의 미지근한 감정의 온도에 기대 사랑의 끝을 단정 짓는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유통기한은 언제일까? 나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각자가 끝났다고 생각한 때가 사랑의 끝이다. 서로 지지고 볶고, 힐난하고, 책망하며, 심지어는 누가 잠시 한 눈을 팔았다고 할지라도 두 사람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사랑의 유통기한은 아직 남은 것이다.




 결국 어떤 말을 굳이 얹지 않아도 사랑의 종말은 두 사람이 그 끝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예견된 시나리오처럼 펼쳐지곤 한다는 걸. 그러니 사랑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선 우리는 전심을 다 해 사랑하는 수밖엔 없다는 걸.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을 억지로 삼켜내지 않아도 내가 하는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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