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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Jun 22. 2024

시절인연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파도가 굽이친다. 익숙한 얼굴들, 친숙한 대화 소리, 무방비한 웃음소리와 달큰한 취기. 늘 이별을 염두에 두고 만남을 가지는 건 아니다. 끝이 있기에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이 끝내주게 아름답다는 걸. 그건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별안간 다신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쏟아내던 웃음에 퍽 서글픔이 맺히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결국 당신은 한낱 내 곁을 스쳐 지나갈 사람. 피고 지는 청춘 속에 잠깐의 눈을 맞췄던 사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다정한 목소리를 들려주던 사람. 세월의 흐름 속에 묻어두고 지나쳐 온 인연들이 참 많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제 인연이라고 한다면 다시 만날 거란 생각에 안도감으로 가슴을 쓱 쓸어내리기도 하지만.

 다신 못 볼지 모른다는 사실에도 무던히 넘어갈 수 있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 들어가는 나이만큼 한 움큼 잡히던 기대감도 내려놓았나 봐.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봐. 회상이나 그리움 또한 그저 사치라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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