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에 나오는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꽤 오래전에 봤던 에피소드임에도 이 대사를 보던 기억만큼은 선명한 걸 보면, 멋모르던 어린 나이에도 마음속 깊이 와닿을 만큼 좋았나 보다.
한창 출근 준비로 바쁘던 오전, 별안간 아침 일찍부터 아빠에게 카톡이 왔다. 천천히 확인할 틈이 없어 대문을 열며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장난 같은, 차라리 실없는 장난이면 좋겠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곧바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마치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버스를 타러 가는데 저절로 눈물이 새어 나왔다. 현실 감각이 잠시 마비되는 기분.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에 몸을 실으며, 일을 하기 위해선 빳빳한 빨랫감을 단정히 개는 것과 같이 나를 억지로 현실에 길들일 필요가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삼촌 하면 제일 먼저 나는 기억은 어렸을 적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가 출발할 때 우리가 좋아하는 과자들을 품 안에 가득 안겨준 기억이다. 삼촌은 할머니와 함께 늘 그의 시야에서 우리가 점이 될 때까지 손을 흔들곤 하였다.
그 외 시골에 가면 낡은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모습, 조용히 담배를 태우던 모습, 한쪽 다리를 끌며 서툴게 걸음을 이어가던 모습, 더듬거리는 말투로 이것저것을 묻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할머니 집에 가면 늘 그렇듯 방에서 나와 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던 삼촌이었기에 사실 아직까지 삼촌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할머니 집에 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며 거실 소파 같은 자리에서 서성거리고 계실 것만 같다.
젊은 나이에 머리를 다쳐 살아온 삶의 절반을 불편한 몸으로 보낸 삼촌. 삼촌에게 했던 마지막 인사처럼 그곳에선 부디 삼촌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시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고 즐기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게 남은 평생 동안 저 너머에서의 삼촌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며, 삼촌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노라고. 추운 겨울 공기만큼이나 시린 슬픔을 한 움큼 삼키며 가족이란 이름 앞에 몇 번이나 되뇌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