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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살아 있음

by 최다은

사무실 이사 준비 기간 ㅡ 두 달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였고, 한 달 전부터는 치우고 정리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원래 출근시간보다 40분쯤 일찍 와서 밑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산 오늘의 커피랑 바나나를 먹었다. 두 입을 채 먹었을까. 일찍부터 울려대는 전화기에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기도 힘들다.

ㅡ 기자재 용품은 3월 4일부터 옮겨갈 예정이에요, 선생님

ㅡ 왜요?

ㅡ 그쪽 담당자가 죽었대요.

ㅡ 네?

ㅡ 그쪽 담당자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어서 그렇게 됐다네요.

그 순간만큼 죽음이란 글자가 내 삶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오던 때가 있을까. 삼촌의 장례식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 죽음이 가져오는 무게는 내게 아직 더없이 버겁다. 누군가의 죽음이 몰고 오는 슬픔과 충격, 파장은 이루 말하지 않아도 생생히 전해져 온다. 그리고 얼굴이나 이름조차 모르는 누군가의 죽음은 내게 삶의 의미를 여러 번 곱씹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면 지구라는 별에 사는, 그것도 조그마한 영토인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의 삶이 한낱 먼지처럼 느껴진다고 하던데.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다 보면 사실 그것마저 버거워 우주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의미가 다르다. 그것은 오전부터 쫓기듯 시작한 나의 치열한 삶마저 금세 생경하게 만든다.

삶이란 뭘까

죽음이란 뭘까

죽고 나면 정말 끝인 걸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답도 없는 퍼석한 질문들에 골몰하고 나면 곧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허무의 끝에 도착하고 만다.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이라는 가정은 별안간 자질구레한 것들로 점철된 내 삶을 분명하게 해 준다. 남은 삶 동안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후회할 것들을 하면 되니까.

결국 연속된 질문 끝에 서서 나오는 대답은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 하고, 매사에 감사하자는 늘 같은 대답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익숙해지는 것들이 늘어간다. 그 반면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일은 줄어든다. 심지어는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며, 눈만 뜬 채 살아만 가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언젠가 죽는 날이 오더라도 살아있는 순간엔 살아있고만 싶다. 나를 죽이는 일들을 멀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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