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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결국

by 최다은

불쑥불쑥 정리되지 않은 잔여 감정이 솟구친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뻥 뚫린 가슴에 헛헛함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이 그리 위안이 되는 거 같진 않다.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위안을 얻는 것보단 진정 나을지라도. 그리운 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었던 일상 속 시시콜콜한 대화. 당신이 말한 것 중 뭐가 틀렸고 뭐가 재미없다는 둥의 정말이지 무척 사소한 대화.


대화소리가 끊긴 집안은 더없이 고요하다. 한참 전에 찍힌 통화기록에 별안간 새삼스러움을 느낀다. 이별을 묵묵히 받아들이는다 할지라도 이별은 이별이다. 3년 동안 만난 이의 그늘을 한 순간에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얼마나 더 이런 헛헛함과 쓸쓸함을 곱씹어야 할까. 얼마나 더 사랑에 배신당한 눈물과 아픔을 흘려보내야만 할까.


요즘엔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당신에 대한 마음이 아주 작디작았던 3년 전의 이맘때가 자주 떠오른다. 모든 것이 어색하고 뻣뻣하던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를.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날씨에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고 마주하던 그때의 순간을. 그때의 나는 20대였고, 이렇게 깊이 사랑에 빠질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가 되어 다시 둘이 될 거란 슬픈 짐작조차 하지 못 했다.


요즘은 문득 누군가를 어렴풋이 좋아하던 때가 막연히 그리워진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연속의 순간에서 마음을 내었다 감췄다 하는 그 시기만의 묘미. 나에게 사랑이 언제쯤 지겨워질까. 타고나기를 사랑에 미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라, 그저 한사코 체념하고 만다. 지나간 사랑도 내겐 한없이 소중한 사랑이었음을 작게 읊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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