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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고요가 필요해

by 최다은

사무실과 직장인이 즐비했지만 비교적 한적하던 지역에서 젊음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긴 지 어느덧 한 달이 조금 지났다.

다양하며 개성 있는 옷차림의 사람들

어딜 가나 들려오는 큰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

앳된 얼굴 속에 서려있는 반짝이는 젊음

처음엔 바뀐 업무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빠

또한 새로운 환경이 주는 신선함에 젖어

미처 의식하지 못했지만

한 달이나 되니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인생의 모든 것이 시작점에 있는 그들이 부러워졌다.

세상의 때가 아직은 조금 덜 묻은 나이

설레고 신나는 일들이 기다려지는 나이

실수나 실패를 해도 모든 것을 되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그러면서 매일 부대끼는 이들의 젊음이 어느샌가 묘하게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억지로 밀려난 느낌

3이라는 앞자리를 매일 마주하는 느낌

지나버린 과거를 원치 않게 계속 되돌아보게 되는 느낌

그 무엇보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마치 피부에 돋아난 알레르기처럼 불편하고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오늘은 처음 가본 중앙도서관에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며, 별안간 나라는 사람이 남들보다 자극에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를 지극히 꺼려하는 것도

유난히 큰 데시벨로 얘기하는 사람과 경적 소리에 곧잘 귀를 움켜 막는 것도

심지어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사람들과 어울리며 상호작용하는 것도

내겐 그 모든 것이 자극으로 다가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조용하고 정적인 곳을 찾게 되는구나 싶었다.

예전엔 E와 I의 비중이 5:5 내지 6:4 비율로 비등비등했다면, 요즘의 나는 I의 파이가 커진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많은 순간 인식하게 된다.

그 인식은 곧 혼자서 일하는 환경 또는 삶을 더욱 선명하게 꿈꾸게 한다.

관세음보살, 불교에서 소리를 듣고 그에 응답하여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보살의 개념이라 한다.

내가 평소에 어떤 말을 내뱉고 어떤 소리를 내는지에 따라 내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거라면….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부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함을 내뱉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부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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