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이 보는 나에 대해 들을 때 적잖이 새삼스러워지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매치되면 괜히 반갑고 고마워지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다르면 그것만큼 또 속상하고 힘 빠지는 일이 없다.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될 일인데 그게 뭐라고 왜 그리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언짢은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이런 거다. 남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굳이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고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우습고, 괜히 말이 길어질수록 더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억울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그 오명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기분은 기분대로 상하는 것이다.
오명이란 얼마나 억울한가. 내가 아닌 나를 그대로 뒤집어써야만 하는 착잡함은 또 얼마나 이루 말할 수 없는가.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리 올바르고 정의롭게 행동해도 삐딱하게 또는 엇나가게 볼 사람은 계속 그렇게 본다. 반면 내가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나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숨겨진 나의 진정성을 용케 알아봐 준다.
결국 본질적으로는 나와 결이 맞느냐 안 맞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부대끼는 일은 퍽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와 단지 결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나쁜 사람 내지 별로인 사람으로 낙인찍고 싶진 않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나와 맞길 바라는 건 욕심이기에-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넓은 아량보다는 그저 그렇구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줄 아는 쿨한 너그러움을 갖추고 싶다. 일일이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억울함도 때로는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 여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을 내 기준으로 재고 단정 짓고 싶지 않기에 언제든 채워 넣을 수 있는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다. 채우지 않은 여백 속에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