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숱한 이별을 경험하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멈출까 싶은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다. 작년 봄, 이별 직후 기분전환 겸 들린 시청 근처의 카페에서 마음이동한 글을 보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던가. 이윽고 조막만 한 휴지로는 감당이 안 되어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우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참을 수 없는 눈물과 창피함에 결국은 일그러진 얼굴에 소금기를 덕지덕지 묻힌 채 쫓기듯 카페를 빠져나왔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늘 그렇듯 나에게 눈물이란 돈을 받아내기 위한 사채업자처럼 나를 힘들게 했다.
“나를 만난 걸 후회한다”는 가시 돋친 말에
연이은 말다툼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에
이별이란 말이 입에 오르내릴 만큼 크게 싸운 뒤에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 사람 때문에—
참 많이도 울었다. 멈출까 싶은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다. 조금 과장하자면, 평생 흘렸던 눈물의 양과 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쏟아낸 눈물이 엇비슷할 정도로.
내가 실언을 했다며, 진심 어린 반성의 말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결국엔 다시 돌아와 나를 꼭 껴안아 줄 거란 희망에
늘 이별의 문턱에서도 다시 함께할 수 있으리란 믿음에
참 많이도 울었다. 멈출까 싶은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다. 그렇게 한 움큼 움켜쥐고 있던 사랑도 숱한 이별과 눈물을 반복하며 조금씩 흘려보냈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툭하면 흘리던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우리가 가꿔온 사랑을 그의 잘못으로 끝내게 됐다는 생각에 원망이라는 감정만이 고개를 불쑥 쳐들 뿐이었다.
사랑이 끝나면 감정이 소진되어 버리는 걸까
감정이 끝나면 사랑이 소진되어 버리는 걸까
강렬하게 꿈틀거리던 감정도, 눈물로 얼룩졌던 지난날들도 이제는 부연 추억 속으로 빛바래져 가고
그 모든 소란도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린 지금
눈물을 닮은 비가 조용히 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참 많이도 울었다. 멈출까 싶은 눈물을 참 많이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