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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

by 최다은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 라는 제목의 음악이 있다.

멜로디가 꽤 쓸쓸하고 슬퍼서 우울해지고 싶을 때나 이별했을 때 종종 찾아 듣곤 했다.

음악도 그렇지만, 처음 그 제목을 봤을 때엔 무언가 가슴 깊은 곳에 움푹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끝난 관계에서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사귈 초반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레면서도 간질이는 사랑의 말들.

어색함이 뚝뚝 묻어 나와도 결국엔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게 되는 추억들.

서로를 탐색하던 시기를 지나 진지한 관계로 나아가던 순간들.

최선을 다했어도 언제나 조금씩은 후회가 남는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선 더욱 그렇다.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는 순간들이 더욱 선명히 보인다.

시간을 쏟았기에, 정성을 쏟았기에, 마음을 쏟았기에

어떤 이별이든 늘 아프고, 힘들고, 슬프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어렴풋이 웃을 수 있는 건

이 모든 과정이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더 좋은 사랑을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이별이 아프고, 힘들고, 슬펐을지언정

지금까지 한 이별 중 나쁜 이별이 있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이별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사랑의 경험치 또한 함께 오른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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