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너여야만 해”
“꼭 당신이어야만 해”
사랑에 빠지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여서.
우리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인연’이었다느니, ‘운명’이었다느니 하는 꽤나 뻔한 클리셰를 붙여서
네가 날 떠나고 난 뒤의 빈자리와 허무감을 제멋대로 미리 상상해 보곤 해서
직면한 현실보다 부풀려 상상해서
그렇게 몸과 마음 다 바쳐 사랑해서
지금 내게 남은 건 과연 뭘까?
너의 숱한 거짓말에 눈 감아 준 적이
진이 빠지게 싸운 적이 대체 몇 번이며
손바닥 뒤집듯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 게 대체 몇 번일까?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그저 마음이 동해서
혼자 남는 게 마냥 무서워서
너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게 감히 상상조차 안 돼서
외롭고 쓸쓸한 혼자보단
늘 기꺼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둘을 택하곤 했다.
그 시간이 무려 3년이다.
연애 초반 얼마 못 갈 거 같다고 얘기하던 가벼운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나조차도 다루기 힘든 미련한 마음을 가지고
참 오래도 끌었다.
참 지겹게도 질질 끌었다.
그래서 그런 내게 지금 뭐가 남았을까?
그 당시엔 진심이었던 장문의 편지들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혹은 굳이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서로를 가여워하여 주고받던 선물들
일일이 세기 힘든 추억들과 진득하게 말라붙은 시간들
이제 더 이상 그때가 그리워서
그때의 우리가 그리워서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던 네가 그리워서
울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가 그렇게 열과 성을 다 하던 사랑이 이별이라는 글자 앞에
홀연히 끝났다는 허무함, 부채감, 공허함은 그리 쉽게 지워낼 수도 떨쳐낼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뭐가 남았을까?
그래서 지금 나에겐 뭐가 남았을까?
그래서 지금 너에겐 뭐가 남았을까?
뭐가 남긴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