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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by 최다은

점에서 선으로 잇는 질문이다.

"저랑 커피 한잔하실래요?"

호기심이라는 점에서 호감이라는 선으로

향긋한 커피 한 잔보다 마시고 싶은 건 당신의 이야기, 그걸 들려줄 때의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당신만의 히스토리.

커피 한 잔에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도는 첫 만남의 여운은 삶 속에서 꽤나 짙게 남는다.

그렇다고 모든 인연이 커피에서 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녀 간의 끌림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 미묘해서 직선이나 곡선과 같은 단순한 형태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만남이 단발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아주 간단한 이유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나에게 관심을 보인 남자가 혹은 내가 관심이 있던 남자가

한 번의 만남 이후 연락이 뜸하거나 다음 만남을 권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신경이 쓰이고, 슬픈 일이 또 없었다.

‘내가 매력이 없었나?’

‘어떤 실수를 했나?’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나에게 괜한 화살을 돌리곤 했다.

그리고 멀쩡한 외모도 뜯어고칠 생각으로 스스로를 괜히 미워하곤 했다.

물론, 남녀 관계에서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당신에게 끌리지 않은 이유가 오직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그 이유가 도대체 뭔데요?”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단 하나의 대답을 해줄 수밖엔 없다.

“그냥.”

그리고, 그와 당신이 인연이 아니었다는 진부하면서도 덧없는 설명을 덧붙여줄 수밖엔 없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다.

내가 어떤 모습을 하든 나를 예쁘고, 멋있고, 사랑스럽게 볼 사람은 그렇게 본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날고 기고 용을 써도 나에게 끌리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서도 여전히 끌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누군가와 닿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고, 조언을 듣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

난 그것들이 결코 헛되기만 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행위는 어느 때엔 그 어떤 일보다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져서 그런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난 그렇게까지 해서 누군가와 어렵게 인연이 닿는다 해도 그게 정말 내 인연이 맞을까 싶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외모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

남자들이 좋아하는 성격

남자들이 좋아하는 어쩌구 저쩌구….

그것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척을 해서 누군가를 얻어낸다 한들 그게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싶다.

속일 거면 철저히 속이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낫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느 때엔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그 어떤 방법보다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나를 포함한 우리들이 가져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거란 누군가가 어딘가엔 분명 있을 거라는 강력한 믿음.



커피 한 잔

밥 한 끼

거기서 더 나아가 가벼운 술 한 잔까지

당신이 나의 인연이라면, 호감이라는 가벼운 선에서 연인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면이 되는 일은 그야말로 순식간이겠지

그리고 우린 서로의 마음을 맞대어 완성한 우리만의 도형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꽉 껴안겠지.

손을 잡고 걷고

귀여워 보이는 볼에 입을 맞추고

같이 장을 보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기분 좋은 취기에 밤을 내어주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그렇게 하나둘 우리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겠지

그래,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 부를 거야.

그래, 우리는 그걸 인연이라 부를 거야.

그래, 우리는 그걸 분명 영원이라 부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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