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부터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가 아파왔다. 공복에 먹은 요거트 때문일까, 아니면 뒤이어 마신 커피 때문일까. 두 가지를 모두 끊으면 괜찮아질까 싶어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배는 여전히 아팠다. 결국 아침마다 찾던 카페에도 가지 못한 채 출근 전까지 꼬박 누워 있어야만 했다.
안색이 좋지 않다는 동료들의 말에 병원에 갔더니 진단은 위장염.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혈압도 낮다고 했다. 자칫하면 링거까지 맞아야 한다며 먹는 것에 특히 주의하라는 의사의 당부가 뒤따랐다. 왼쪽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하루치 약을 받아 나왔다. 하루 두 잔씩 마시던 커피를 끊으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제대로 먹지 못하니 속은 허하고 불편했다.
결국 일찍 퇴근해 집 근처 본죽에서 호박죽을 사 와 반쯤 먹고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 덕분에 한결 나아진 줄 알았으나 밥 한 끼를 채우지 못하니 금세 몸이 무너졌다. 심장은 쉴 새 없이 뛰고 속은 메슥거려 언제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거울 속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의사의 말대로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장이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진단이 돌아왔다. 오른쪽 엉덩이에 또 한 대 주사를 맞고, 3일 치 약을 들고 병원을 나왔다.
진단을 받고 나니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왜 좀 더 일찍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곧 괜찮아지겠지’하는 안일함, ‘이 정도면 참을 만하다’는 어리석은 인내심에 스스로 혀를 내두른다. 나 외에는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데도 정작 나는 나를 함부로 다루었다. 차려먹기 귀찮아 때운 인스턴트 음식, 피로를 달래려 마신 커피, 허기 대신 들이킨 캔맥주… 그리고 무엇보다 일과 일상 사이에 그어야 할 선을 지우고 쌓아온 스트레스까지.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면 꼭 이렇게 몸이 탈이 난다. 마치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나는 늘 아파본 뒤에야 정신을 차린다.
그렇게 비로소 난 건강이 비껴간 채로서야 다시금 나를 돌보기 위한 결심을 쌓아본다. 즐겨 마시던 커피도 줄이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도 멀리하고, 술도 덜 마시겠다는 결심…. 무엇보다 스스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천천히라도 그렇게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