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사소함의 무게

by 최다은

영화 <굿 윌 헌팅>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며, 그녀가 지녔던 작은 버릇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워낙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아 오래전에 캡처까지 해두었다. 사랑이란 결국 그렇게 사소한 기억들 속에 남는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여야만 알 수 있는 한 사람의 버릇들. 말투, 취향, 속마음, 그리고 때때로 드러나던 약한 얼굴까지.


술을 마시면 가짜로 웃던 아빠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

“자!” 하며 말을 꺼낼 때마다 꼭 붙이던 추임새.

“메리~” 나를 강아지 취급하며 놀리던 웃긴 별명과 장난.

아프게 한답시고 손톱 끝을 눌러 놓고, 놓아달라고 할 때까지 절대 손을 떼지 않던 고집.

둥그런 뒤통수가 괜히 귀여워 나도 모르게 쓰다듬곤 했던, 아빠와 나만의 장난.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풍기던 화한 알코올 냄새와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

화가 나면 커지던 눈과 낮게 읊조리던 욕지거리들.


돌이켜보면 별다를 것 없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유난히 그립다. 아주 사소해서 전혀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


그러나 이제는 다시는 보고, 느끼고,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런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아직은 마음 한쪽이 조용히 무너지곤 한다.


언젠가는 이것들을 웃으며 말할 수 있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조금씩 옅어져 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 남겨두면 조금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불러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그렇게 나는 지난날의 아빠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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