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할퀴고 간 자리

by 최다은

그대가 누워 있던 이부자리엔

이제 오래된 침대시트만 자리하고 있죠


세월의 고단함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하얀 발이 내내 눈에 밟혀요


그대는 고된 하루를 벗어놓듯

노란빛 속 깊은 잠을 청하곤 했죠


그것마저 그대만의 방식대로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편해야 할 순간도

그대는 두 눈을 꼭 감고

무겁게 팔짱을 낀 채

한 자락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닿았던

그대 어깨의 촉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천천히

조금만 더 느슨히

그 순간을 붙잡을 걸 그랬나 봐요


침대 끝에 늘 매달려있던 무좀발이 떠올라

이리도 슬피 울 줄 누가 알았을까요


바닥을 투박하게 울리던 발소리가 그리워

이리도 슬피 울 줄 누가 알았을까요


집 안 곳곳에 스며든 그대의 흔적에 아파

이리도 슬피 울 줄 누가 알았을까요


기억이 할퀴고 간 자리엔

그대 몫의 적막만이 감돌아요


그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불 켜진 방을 괜스레 서성여요


아직은 당신을 향한

눅눅한 밤들이 더 필요한가 봐요


아직은 그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