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시간의 변색을 공들여 지울 수 있을까

by 최다은

마트에서 파는 여느 클리너 제품을 사서 진득이 굳어버린 시간에 뿌리면 나는, 우리는 어느 때처럼 밝고 즐거웠던 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누렇게 뜬 시간의 변색을 공들여 지운다면 숱한 싸움과 상심, 끔찍한 이별도 모두 없던 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딱딱히 굳어버린 상처도 바싹 말라버린 눈물 자국도 그렇게 모두 없던 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대로 그냥 돌아가 버린다면 모든 게 없던 일로 되어 버린다면 그만큼 성장한 나를, 그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보내야 할까 두려운 것도 사실야. 또 상처 받을까 또 눈물 흘릴까 두려운 것도 사실야. 그러니 시간의 변색을 보고도 나는 가만히 모른척할래. 그 변색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겠거니 하며 조용히 쓰다듬어줄래. 다시 아프게 되더라도 다시 힘들게 되더라도 나을 수 있게, 일어날 수 있게. 그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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