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설레는 순간은 언제 일까? 처음 사귀기로 약속한 순간? 처음 입을 맞춘 순간? 처음 같이 밤을 보내기로 한 순간? 물론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그 모든 순간이 설렘의 연속이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처음 손을 잡는 순간에 제일 설렘을 느끼는 것 같다. 그건 아마 우리가 연인으로서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딛는 세리머니와 같을 것이다.
그와 나 사이에 벌어진 틈이 좁아지고 나의 손등에 그의 손이 와락 겹쳐질 때.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손을 잡은 순간들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그야말로 세상이 한순간 뒤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태연한 척 시침을 떼긴 하지만 속은 그야말로 요동치는 가슴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그와 내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 첫발을 떼는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부터는 시끄럽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도 푹 찌는 더운 날도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도 모두 나른해지며, 아무렴 상관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온통 하트인 세상에 그와 나 단둘만 남겨진 채 그렇게 묵묵히 걷는 것이다. 나의 요란스런 심장 소리가 그에게도 들릴까 염려하며, 조금씩 새어 나오는 땀을 그가 차마 눈치 채지 않기를 바라며, 되도 않는 헛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며.
때에 맞춰 손을 놓고 난 이후에는 전혀 아쉽지 않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발을 죽 떼긴 하지만 내 손에 닿았던 그의 손의 감촉은 그리 쉽게 잊을 수는 없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평범하고도 보통의 연인처럼 다시 손을 잡게 된다. 처음 손을 잡은 순간보다 설레지는 않지만. 손을 잡고 걷던 그날의 달큰한 공기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을 맹세하며, 한동안은 설렘으로 정신없는 날을 보낼 것을 어렴풋하게 그리며, 서로의 말간 눈을 밤새도록 쳐다볼 것을 염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