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그럴 수도 있지 뭐

by 최다은

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말은 좋은 의미로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보통 안 좋은 의미로 해석할 때 이 말을 주로 입 밖에 내곤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감정이 상하는 걸 넘어서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파괴되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도리어 ‘내가 이상한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그런 사람들은 기본적인 상식선으론 이해가 힘들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받으려 애를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만이 꽁꽁 묶여있던 억하심정이 겨우 풀리곤 하는 것이다.


약속을 잡아놓고 하루 종일 연락도 없다가 못 만나겠다는 말을 당일 통보하는 사람, 내가 소중하다고 잃기 싫다며 전과 같은 양상의 말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 먼저 연락을 해놓고 답장 따윈 개나 줘버리는 사람, 기타 등등. 나는 거의 최근까지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분하고 억이 차지만 어떻게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었을 거야’, ‘바빴나 보지, 뭐’ 그러나 오히려 힘든 사람은 나였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알아주려 한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엄청이나 생각해 주고, 고마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건 정말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자 하는 잠시뿐이었다.


최근 나는 어떤 책을 읽고 나서 그들은 딱 그 정도의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딱 그 정도의 이해와 호의만 보이면 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를 움직인 건 심플하면서도 위대한 말 한마디였다. 그 사람은 본디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그런 사람이고 나는 그 사람을 딱 그 정도의 사람이라고만 인식하면 되는 것이다. ‘아, 이 사람은 자기가 연락하고 싶을 때만 연락하는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아, 이 사람은 핑계와 변명만 늘어놓는 궁색한 사람이구나’, ‘아, 이 사람은 기본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사람이구나’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바라보면 되는 문제를 나는 도대체 뭘 바라고 그렇게 착하게 보이려 무진 애를 썼던 걸까. 아직까지 내 안에 남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했던 거였을까. 남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기. 지금은 조금의 훈련이 필요한 수준이지만 가까운 미래엔 특별한 주문이나 훈련 없이도 나 혼자서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는 언젠가가 찾아오겠지.


그때까지 나는 한참 동안 ‘그럴 수도 있지 뭐.’를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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