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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Mar 25. 2019

견과 강정 명인이 되다

결혼 답례품 손수 만들기

본식 준비가 얼추 마무리돼 가는 듯했다.


폐백을 안 하기로 한터라 양가 친지 어른분들께 답례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어머님께서 비싼 거 사지 말고 정성만 보이자며 강정을 만들어 드리는 건 어떠냐고 말씀하셨고, 나는 시간도 있겠다 ‘정성 하나는 자신 있지’ 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그러자고 말씀드렸다.


왜 하필 강정이냐? 강정에 얽힌 사연이 있다. 때는 한창 신랑과 달달한 연애를 할 때였다. 당시 부천에서 신사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던 신랑을 위해 아침대용 겸 간식으로 견과 바 한 상자 만들어 선물했었다. 몸에 좋은 견과가 20종류 정도 들어간 무설탕 견과 바였다. 아침대용으로 먹을 건 오리지널 버전으로 만들고, 오후 늦게 당떨어질 때 먹으라고 초코 드리즐을 뿌린 버전도 만들었다. 집에 가져갔더니 어머님이 너무 맛있게 드셨다고 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시중에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긴 하다:)


시간이 지나 혼담이 오갈 때쯤, 어머님이 하시는 카페에 놀러 갔었고 어머님께선 그때 그 강정(나는 견과 바를 만들었는데, 어머님께는 강정이었다)을 만들어서 카페에서 팔고 싶으시다며 레시피와 만드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견과 강정은 어머님 카페 진열대에 올라가 효자상품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친지 답례품도 견과 강정으로 정해졌다.


[ 견과 강정부터 포장, 라벨 디자인 모두 직접 제작한 친지용 답례품 20박스]


견과 강정 만들기에 돌입했다. 어머님 카페에서 하루 종일 견과류를 볶고 버무리고 틀에 굳히고 자르기를 반복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신랑이 회사에 복귀할 때도 답례품이 필요하니 흔한 떡 말고 강정으로 만드는 김에 만들어 버리자는 객기(?)가 생겼다. 나름대로 내조랍시고 시작한 일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다. 아버님 회사도 있었던 것.... 그렇게 시댁에서 이틀간 합숙을 하며 강정 1,000개를 만들었다. (아버님과 신랑 모두 중소기업에 다녀서 참 다행이었다)


후... 강정 지옥 탈출!




친지 인사 Tip

- 내 경우, 폐백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는데  왜 또 한복을 입고 전통식으로 결혼식을 한번 더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허례허식도 싫었고 던지는 대추를 받으며 아들 낳으라는 전통문화를 가장한 미신도 싫었다.

- 물론 폐백의 좋은 점도 있다. 친지 분들에게 인사를 한번 더 하며 예를 갖출 수 있고, 절값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절값으로 신혼여행 내내 친지들 선물 걱정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 시간과 체력이 좀 들어가지만 친지 인사는 결혼 전에 따로 찾아봬며 대신했고, 감사인사는 정성껏 만든 강정 답례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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