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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Mar 25. 2019

오늘은 또 뭐 해야 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본식 준비

예식날이 3주 후로 다가왔다.

당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나는 회사에 묶여 있는 신랑에 비해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본식 준비는 내가 전담하기로 했다. 여느 예비부부들처럼,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각자의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므로 틈날 때마다 청첩장 돌리기를 병행했다. 결혼 준비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연속이었다. 스드메를 고르는 것부터 청첩장, 부케, 피로연 복장 등등 골라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선택과 동시에 산더미가 조금씩 완만하게 깎여져 가는 느낌이다. 아, 물론 통장 잔고도 함께 말이다.


그날에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될 준비는 어느 정도 끝이 났다. 본식 드레스 가봉도 끝냈고, 어울리는 부케도 골랐다. 신랑의 예복은 맞춤이 아닌 백화점에서 기성 정장으로 구입했다. 평소 양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실용적으로 준비했다. 폐백을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복은 패스. 피로연 장에서 입을 양장을 준비했다. 신랑은 입었던 예복 그대로, 나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원피스로 준비했다.


이제 부모님들 차례다. 양가 부모님 모두 소탈하시고 허례허식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이시라 나름대로 수월했다. 시어머님께 한복을 맞춰드려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운을 띄었다. 어머님도 평소에 한복 입을 일이 전혀 없다고 그냥 빌려 입으시겠다고 하셨다. 한복을 맞춰드릴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은 어머님의 말씀이 내심 흡족했다.  어머님의 선택이 내 기준에서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말이 통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느낌이었달까?) 사실 대여비에 1-20만 원 더하면 맞출 수 있지만, 시누이가 결혼을 할 때에는 신부 측 혼주가 되시는 거라 저고리나 치마 색이 또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맞춘 한복은 장롱에서 장기투숙을 하게 될 것이며, 그새 한복의 트렌드도 바뀔 것이다. (신랑에게는 미혼의 누나가 한 명 있다) 그렇게 양가 어머님들은 한복 대여로, 아버님들은 양복 한 벌씩 구입하는 것으로 혼주 의상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예배식으로 본식이 진행될 것이기에 목사님께 주례와 식순에 대한 가이드를 달라고 부탁드렸다. 주례 목사님과 조율 후 예식장 매니저에게 식순을 전달했다. 축가를 부탁한 친구에게는 MR도 직접 다 준비해오라고 부탁했고 당일날 예식장에서도 예식장 스텝을 찾아가 마이크 테스트나 필요한 부분들을 직접 챙겨달라고 미리 당부했다. (그날에 난 누군가를 챙길 여력이 없을 것이므로...)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식전영상은 신랑이 도맡아 준비해줬다. 스튜디오 촬영 사진을 셀렉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기본 앨범에 실리는 컷은 겨우 12-16장 정도였다. 나머지는 한 장당 몇만 원씩 추가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스튜디오 매니저는 다들 추가를 해서 20-25장 정도로 맞추고 액자도 저기 보이는 좋은 아크릴 액자로 맞춘다며 끝 업는 영업을 펼쳤다. 결혼 준비를 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항상 이런 영업방식에는 '신부를 위해 신랑이 해줘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것이다. 마치 더 높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신랑이 신부를 덜 생각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성격대로 아무것도 추가 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더 좋은 액자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고, 서비스로 결혼식 식전영상 제작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daeunbaek/6 에서 언급한 Tip이기도 하다)


본식 드레스에 예복, 혼주 한복과 메이크업, 식순, 주례, 축가, 식전영상... 얼추 산더미가 작아져 가는 것 같았다.





본식 준비 Tip

- 예복 : 아래 두 가지를 잘 생각해보고 선택을 권한다

1) 맞춤정장 : 맞춤정장은 우선 자기 몸에 잘 맞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평소에 양복을 자주 입거나 체형 커버가 필요한 경우에 좋다. 턱시도로 맞출 경우, 결혼식 후 턱시도 깃을 떼어내어 일반 양복으로 입을 수 있다. 정장을 맞추기로 했다면 시기는 스튜디오 촬영 전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럼 촬영용 슈트를 몇 벌 빌려준다.

2) 기성 정장: 기성 정장은 가성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평소 양복 입을 일이 자주 없고 일반적인 체형이라면 무난한 것 같다. 사실 기성 정장도 어느 정도 수선은 다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턱시도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맞춤정장과 큰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장이 없다면 스튜디오 촬영 의상이 고민일 것이다. (드레스샵에서 촬영용 턱시도를 빌려주는 경우가 있으나 정말 못 입을 정도의 수준이다. 실제로 드레스샵에서 아예 그마저 있던 대여용 턱시도도 다 없애는 추세라고 한다)


- 혼주 한복&메이크업

1) 혼주 한복의 경우,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형제관계와 결혼 여부를 잘 생각해보고 한복을 입으시는 빈도나 상황을 고려해보는고 맞춤과 대여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2) 대게 신부 메이크업 샵에서 혼주 메이크업을 같이하는 것도 많이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우선 웨딩 메이크업샵은 서울 기준 청담, 압구정 일대에 밀집되어 있고 보통 새벽 5-6시부터 가서 메이크업을 받는다. 부모님들껜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가격차이가 예식장 메이크업샵이나 일반 메이크업 샵에 배는 된다. 내 경우에도 부모님 댁에서 가까운 후기 좋은 샵을 골라 예약해 드렸고, 메이크업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천천히 준비하고 예식기간에 맞춰 오실 수 있었다.


- 주례&축가&사회

본식 당일, 신랑 신부는 정말 정신이 없다. 알아서 담당분야를 진행하도록 사전에 부탁드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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