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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Mar 20. 2019

결혼여행이 필요한 이유

결혼식을 위한 결혼 준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

11월, 결혼 준비를 잠시 멈추고 우린 제주도로 떠났다. 결혼을 준비하며 분주했던 일정들을 일시정지한 채 서로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신랑과 처음 함께 비행기를 탔다. 연애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함께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 아직 많았고, 덕분에 항상 차나 지하철만 탔던 우리가 비행기를 함께 탄다는 건 매우 설레는 경험이었다. 나에겐 3년 만의 제주도였고, 친구가 아닌 연인과 함께한 처음이자 마지막의 제주도였다. (다음 제주도는 연인이 아닌 신랑과 가게 될 거니까)


오후 느지막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땐 차가운 바닷바람 뒤로 뜨거운 일몰이 지고 있었다. 너무 출출해서 해변가에 파는 김밥 한 줄을 사서 나눠 먹었다. 제주도에 유명하다던 전복 김밥도 아닌 그냥 은박지에 쌓인 흔한 김밥이었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함께 먹는 김밥이란 세상 꿀맛이었다. 다음날엔 누구를 만나 결혼 소식을 전해야 하고, 앞으로 결혼 예산은 얼마나 남았으며 남은 결제 건은 몇 개나 되는지와 같은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사랑했던 순간이었다.


다음날은 제주에서의 예쁜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는지 신랑은 제주 스냅을 예약했다. (쉬로 간다더니 이 커플 제주에서 까지 결혼 준비를 하려나보다) 아주 저렴하게 예약했으므로 작은 배에 걸맞은 작은 배꼽을 준비했다. 중고나라에서 드레스와 구두 모두 합쳐서 2만 원에 구입을 하고, 다이소에서 4천 원 치 조화를 사서 부케를 만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안 되므로)


어딜 가나 날씨는 항상 우리 편이다. 바다 스냅을 찍기에 완벽한 날씨 었고 즐겁게 촬영했다. 스냅 촬영 가격이 그렇게 저렴한데 촬영 작가는 부부작가로 두 명이 찍어준 셈이다. 나중에 사진을 받아보니 모델은 우리 커플로 동일했지만 아내 작가와 남편 작가의 사진 감성은 서로 달랐다. 아마도 우리가 살아갈 부부생활도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같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서로의 감성이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이 맞물려 채워주는 톱니바퀴처럼...


서울이 아니라서일까? 소속된 곳 없이 단둘이 낯선 곳으로 가서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결혼 준비 중 잠시 다녀왔던 짧았던 여행은 우리에게 다시 힘을 줬던 선물과 같은 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결혼 준비하며 쉬어가기 Tip

신혼여행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결혼여행이 없야 할 이유는 없다. 결혼을 준비하며 결혼 여행을 가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결혼 준비로 지쳐갈 때쯤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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