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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Aug 21. 2020

없어진 가게는 아카이빙 하면 안되나요?

신개념 로컬 아카이빙 프로젝트,  신촌 <기억날지도>

사람들은 노포를 기억한다. 몇십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가게들, 사랑받는 가게들은 오래 가게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추억의 장소로 회자된다. 하지만 지금은 없어진 가게들 중에서도, 분명 그런 가게들이 있었을 것이다. 

새내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찾던 단골 술집이나, 항상 가서 음악을 듣곤 했떤 엘피 바. 그렇지만 자본의 논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없어지고, 슬퍼했던 기억이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억날지도> 프로젝트는 신촌을 기반으로 없어진 가게들을 복원해 아카이빙해보고자 한다. 추억을 되살리고, 단순히 아카이빙을 넘어서 한 때 대학문화의 중심지였던, 한 때 음악이 꽃피었던 신촌의 사라진 지역성을 복원해보고자 한다.



로컬 아카이빙의 시작


내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서대문구 문화예술기획학교>에 참여하며 만난 팀과 함께였다.

문화예술기획학교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목표로 문화예술 사업화 전략과 문화기획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문화예술 사업화 전략에도 동등한 파트가 나뉘어져 있다는 부분에 공감을 하며 참여했다. 관광/도시 분야의 창업과 도시재생을 위한 문화 프로젝트 모두에게 관심이 있던 나에게 (그래서 창업 교육을 수강할지 등등을 고민했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알려주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문화기획 파트에서는 지역의 문제에 출발해서 기획을 하는 법, 사례 등을 배웠다. 초반에 중요한 것은 먼저 '지역에 대한 조사'라고 했다. 그래서 따로 서대문구에 대한 지역 조사와 도시 전체의 아카이빙 사례를 찾아봤다. 서울역사아카이브에서 발간한 ebook을 읽고, 여러 가지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재개발 예정지를 기록하는 사람, 간판을 기록하는 사람, 건축물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읽어내는 사람 등...  다양한 책과 사례를 찾아보며 '나도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라던지. '이런 프로젝트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지역을 관광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들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방향을 살펴 나갔다.




그리고 서로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정리해, 같이 나누었다. 1인 가구를 하는 사람. 지역 불균형에 집중하는 사람. 지역에 문화자원에 집중하는 사람. 역사에 집중하는 사람.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 등 비슷하고도 다양했다. 그 중 미리 정확하고 디테일한 주제를 생각해온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기획을 이야기하며 같이 할 사람을 모집했다. 그렇게 몇 팀이 꾸려졌고, 남은 사람들은 추후에 다시 꾸려보라고 조언했다. 어떡하지. 재미있어 보이고 훌륭한 기획이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결은 아닌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단체 톡방에 주섬주섬 나의 관심사와 함께할 사람들을 찾았다.

혹시 도시재생이나 동네/마을 아카이브 등에 관심있으신 분들 계실까요?
동네의 오래된 가게 혹은 재생공간, 주민 아카이브/인터뷰 등이나 관련 주제로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해서요!



왜 꼭 오래된 가게만 기억하지?


그렇게, 마을 아카이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처음에는 2명이 연락을 주셨다. 세명이 모여 이런저런 회의를 하다가, 오래된 가게에 대한 추억/이야기 등의 아카이빙 이야기를 하자 다른 팀원이 말했다.

"그런데, 꼭 오래된 가게만 아카이빙을 해야하나요? 사라지고 없어지는 가게들
신촌에 많은데, 그런 가게들을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항상 오래된 가게들만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닌데. 없어진 가게들 중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동네 사람들이 사랑했던 장소가 있는데. 하지만 오래된 가게를 기록하고, 혹은 현존하는 가게들이 네이버 지도 기반의 리뷰 등으로 기록되는 동안, 없어지는 가게들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사라지고 나면 가게에서 있었던 추억들은 그냥 개개인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있을 뿐.


물론 가게가 없어지고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오래된 가게가 있어 몇 년 후에 다시 여행을 가도 그 가게를 방문하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은데,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빨리 변화한다'라던가. 젠트리피케이션에 휩쌀려 사라지는 개성 넘치는 가게들에 대한 탄식, 우리나라의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오래 가게를 발굴하는 일 등을 보았을 때,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우리만이 아닐 것 같았다. 이런 프로젝트를 해본다면 단순히 아카이빙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에게나 그런 가게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도 있었다. 나는 신촌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는 회기동도 가게들이 빨리 바뀌는 곳. 교환학생을 갔다와 보니 내가 좋아했던 가게들이 없어졌던 기억. 너무 빨리 바뀐다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언스낵이라는 따뜻한 감성의 예쁜 술집이 있었는데, 우리가족도 종종 들렀던 곳이고 특히 동생이 좋아했었다. 너무 예쁜 곳이 생겨서 우리 가족이 들렀을 때 아빠가 여기 너무 분위기가 좋다며 연남동 갔다고 말하려던 것을 헷갈려 "사장님. 여기 한남동 같아요."라고 말해서 우리 가족이 모두 웃었던 기억도 있고. 그런 가게가 사장님의 건강으로 인해 몇 달 전 문을 닫았다.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을 듣는 기분이었다. 동생은 그 소식을 듣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언스낵에서 먹었던 사진들을 올리며 아쉬워했다. 집 가까이 있어서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 항상 여기서 먹던 메뉴와 사장님이 주시던 서비스가 너무 감사했다. 우리아빠는 여기를 연남동 갔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언스낵은 연남동도 한남동도 아닌 창동 언스낵만의 감성이 있었다고.



이런 생각이 나자, 기록하고 싶어졌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장소들을.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우리 마음속 어딘가엔 따뜻한 추억으로 기억된 그 장소들을, 꺼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장소만이 가졌던 특별함. 그 장소만이 전해줄 수 있는 지역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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