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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Feb 08. 2021

숲은 즐기고 싶지만 고생은 하기 싫어

따끈한 방바닥에서 귤 까먹으며 창문만 열면, 물소리가 졸졸 들리고 숲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집 밖을 나서면 초록빛 나무들이 즐비어 서있고, 생생히 내뿜는 피톤치드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해먹에 누워 힐링 타임을 즐길 수도, 숲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할 수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자연에서 힐링은 해보고 싶은데, 땀 빼는 액티비티는 별로라면?

그런 분들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숲에서 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군에서 주관하는 합천 일주일살기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여행 계획을 짜다가 오도산 자연휴양림을 발견했다.

사실 원래 내게 자연휴양림은 가족 여행지나 효도 여행지처럼 느껴졌다. 홈페이지 상에서도 다른 숙소에 비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그 후기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어라, 꽤나 좋아 보이는 거다.


일단 독채를 누릴  있기 때문에 안심이고, 주방시설이  되어 있기에 집에  박혀서 이것저것 만들어먹기도 좋다.

부엌, 화장실, 거실, 베란다가 딸린 4인용 4 원대로 즐길  있다는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기도.

거기에 숲치유, 온열치유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니 지루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숲은 즐기고 싶지만 고생은 하긴 싫어


사실 오도산자연휴양림은 독채형 숙소뿐만 아니라 야영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내가 방문했던 11월 초, 나름 쌀쌀한 날씨에도 용감하게 밖에서 야영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고생해야 하는 캠핑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자연에서 힐링을 하고 싶다면? 휴양림의 소에서 편히 쉬면 된다. 창문열면 물소리가 들리며 숲이 펼쳐지지만, 몸은 뜨끈히 녹일  있다.



2박 3일 동안 완전 고립이니 삼겹살, 비빔면, 컵라면, 맥주, 귤까지 식량을 넉넉히 준비했다. 든든한 식량과 함께면 고립도 기꺼이 즐길 수 있다는 마음이다 ㅎㅎ


매 끼니를 느긋하게 요리한 뒤 숲이 보이는 창가에 밥상을 차려준다. 숲을 바라보며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


우리는 밥을 먹은 뒤에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귤을 까먹으며 창가에서 계속 시간을 보냈다. 숲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겨울에도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숲에서 발견한 매력



자연휴양림의 또 다른 장점은 숲치유, 온열치유같은 알찬 프로그램을 인당 만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냥 치유.라고 하면 어르신들이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좋다.


숲치유 선생님이 나눠주신 거울을 사용해 그전에 보지 못했던 숲의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나무들에 대해 알아간다. 해먹에 누워 숲에서 피톤치드향 맡으며 가만히 쉬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평화롭다. 이보다 더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이 있을까? 숲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온전한 쉼과 치유가 가능하다.



치유를 끝낸 뒤엔, 숲 속 찻자리가 펼쳐진다. 숲치유 선생님이 손수건과 꽃을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쓱- 하고 테이블 위에 꽃과 함께하는 차를 준비해주신다. 오도산 찻자리에서는, 나뭇잎이 찻잔을 대신하고,

분위기 좋은 티룸 대신 공기 맑은 숲이 그 배경이다. 다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자연 속 티타임-



다음 날 온열 치유에서는 간단한 건강 측정을 한 뒤, 실내에서 숲을 바라보며 반신욕, 찜질 등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우리는 넉넉히 2박을 머물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는 숲길을 산책하거나, 베란다에 앉아 숲멍을 하고, 우리만의  찻자리를 열며 다양한 방법으로 숲으로 힐링했다. 우리만의 속도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천천히-여유롭게 숲과 친해질  있었다.



숲과 함께하는 힐링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은 명실상부 코로나 19와 함께 더욱 급부상한 여행 트렌드다. 캠핑이나 등산도 매력적이지만,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숲치유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물론 자연 속에서 직접 땀을 흘리며 고생하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아웃도어 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숲으로 힐링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숲은 즐기고 싶지만, 고생은 딱 질색이라면  근처의  관광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코로나 시기에 숨통이 트이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한 가지 팁이 있다면,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는 2인이 여행하더라도 4인 숙소를 예약하는 것을 권한다. 가격 차이는 별로 안 나지만 방과 거실로 분리되어 있어 훨씬 쾌적하기 때문.

+홈페이지 사진을 꼼꼼히 보고, 테라스가 있는 곳을 선택하면 더욱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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