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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Mar 02. 2021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사는 프랑스 프로 N잡러의 비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이건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내가 관심있는 딱 그 분야를 모두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대학교 장학재단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떠난 유럽 로컬 커뮤니티 인터뷰 프로젝트의 네번째 행선지는 프랑스의 예술가 협동조합 아르텅헤엘이었다. 예술가들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 스트라스부르를 본거지로 하여 다양한 로컬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협동조합 소속 예술가 리스트를 보던 중 문화, 관광, 커뮤니케이션 세 가지 분야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는 사브리나 씨를 발견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 고민이었고, 특히 공연과 관광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사브리나 씨와 너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세 가지 일을 모두 다 해내는지? 너무 궁금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전편 참조)


https://brunch.co.kr/@daeunhwang/20



평범해서 아름다운, 뮐루즈


사브리나 씨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잔잔히 물이 흐르는 곳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벨기에를 닮은 내가 머물렀던 북부 도시 릴이나 푸르고 회색빛이 은은하게 맴도는 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보통 여행으로 스트라스부르를 가면,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인 콜마르를 같이 가게 마련이다. 나는 취재 때문에 콜마르는 내일로 미루고, 인터뷰 약속이 있는 뮐루즈를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뮐루즈 역시 콜마르처럼 스트라스부르 옆에 있는 작은 마을로, 기차역에서 내리니 평범한 프랑스 거리들이 펼쳐졌다. 인터뷰 여행을 하면서 관광지가 아닌 곳을 종종 방문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평범한 풍경들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뮐루즈의 거리도,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게 내게 남아있다.


흔히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세월의 결이 남아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오늘의 주인공 사브리나 씨를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사브리나 씨는 가이드답게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간단한 스몰 토크 후 내가 사브리나 씨를 가장 만나고 싶었던 이유를 물어보았다.


"문화, 관광,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흥미로운 조합인 것 같아요. 어떻게 세 가지 분야를 모두 아우르게 되셨나요?"


사브리나 씨는 국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공답게 원래 관심사는 축제를 개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일이었다고. 그 과정에서 많은 극장과 축제 협회의 A 부터 Z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제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여행이었어요. 유럽 전역, 아메리카, 아시아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구요, 이를 경험으로 살려 관광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사실 축제, 공연 티켓을 파는 업무와 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똑같아요. 다 저한테는 정말 잘 맞는 일이었죠."


커뮤니케이션 전공인 것도, 다른 관심사가 여행인 것도 나와 똑같다. (물론 나의 경우는 학사다..^^) 갈수록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인터뷰를 황급히 이어나갔다.


"그래서 세 가지 업무를 모두 하시기로 결정한 건가요?"


"그렇죠. 저는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다른 영역이지만 사실 서로 연관되어 있거든요. 축제나 연극도 문화고, 여행도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접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만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이 모든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고요."


그렇게 사브리나 씨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과 경력을 기반으로, 행사 기획, 공연 코디네이터, 투어 가이드, 마케팅, PR 등 다양한 일을 해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 N잡을 관통하는 본질부터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서로 다른 일에 끌렸던 이유는, 사실 다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대학시절 내내 열심히 했던 연극도, 새로 관심을 가졌던 축제 프로그램이나 여행도 문화와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하고 싶은 일들 중에 무엇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가 아니라 '내가 왜 그 일들을 좋아할까? 그 여러 가지 일을 조합하여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라는 고민이 내 궁극적인 진로를 찾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사브리나 씨와 이야기하며 깨달았다.


사브리나 씨가 세 가지 모두를 다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일들 사이를 관통하는 본질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N잡을 관통하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브랜딩하여 더욱 지속가능한 프리랜서 예술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일 중 무엇 하나 놓치기 싫은 사람이라면 사브리나 씨의 '좋아하는 일들 속 본질(공통점) 찾기와 하나의 컨셉으로 구축하기'가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녀처럼 계속 나만의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치기 하지 않고 하나하나 뻗어가며, 요리조리 조합하고 있는 중이다:D


하지만 그녀의 열정만으로는 안정적인 직업을 구축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예술인 협동조합인 아르텅헤엘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따라서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녀의 안정적인 직업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예술인 협동조합의 장점을 본격적으로 파헤쳐 볼 예정이다.


한편, 사브리나 씨는 머나먼 한국에서 날아와 자신을 인터뷰하고 있는 나와 먼 나라 한국이 궁금했나 보다.

한국의 관광은 어떤지, 성수기나 비수기가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때는 관광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그녀에게 시원한 대답을 줄 수는 없었지만 프랑스인 가이드와 함께 양국을 비롯한 관광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매우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여러 개라 고민이 되던 찰나, 사브리나 씨의 사례를 접하고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사브리나 씨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처럼 '나만의 커리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줬다. 로컬 커뮤니티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모든 인터뷰이들이 다 친절했지만, 사브리나 씨처럼 나를 궁금해하며 대화를 이끌어간 사람은 처음이었다. 단지 인터뷰에 대한 답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궁금해 하고 커리어를 응원해준 그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저 멀리 프랑스에서,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여러 관심사를 모두 자신의 직업으로 소화해낸 사브리나 씨와의 인터뷰는 나에게 항상 잊을 수 없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아르텅헤엘 뮐루즈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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