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탐험가 황다은 Sep 09. 2020

프랑스 예술가 협동조합 취재를 향한 여정

대학교 장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떠난, 로컬에 관심 있는 언론학도의  '유럽 마을공동체 인(人)터뷰 프로젝트.'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코하우징부터, 협동조합이나 로컬 기반의 가게는 그 지역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전하며, 그 지역의 강점이 된다. 유럽의 로컬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유럽 곳곳의 커뮤니티들을 탐방하고, 그 구성원을 만나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다.




네번째로 떠난 도시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였다. 사실 스트라스부르는 취재가 아니어도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경지로도 잘 알려진 콜마르 바로 옆이기도 하고, 스트라스부르 역시 독일과 가까운 지역이라 프랑스와 독일이 스트라스부르가 속한 알자스 지방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 싸운 유구한 역사가 존재한 곳이기 때문. 어린시절 내 눈물을 쏙 빼 놓았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의 배경이기도 하고 말이다.



한국에서 유럽 로컬 커뮤니티 취재 대상을 찾던 중 스트라스부르에 예술가의 창업과 고용을 지원하는 '예술가 협동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는 스트라스부르에 본거지를 두며, 같은 알자스 지방의 도시인 뮐루즈에서도 활동 중인 2004년에 설립된 이 예술가 협동조합의 이름은 아르텅헤엘(Artenréel). 아르텅헤엘이 지향하는 바는 이름에서도 잘 나타난다. 예술을 뜻하는 art, 시간을 뜻하는 temps, 현실을 뜻하는 réel을 결합한 이 단어는 예술만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둔 예술을 뜻한다. 말하자면 안정성이 낮은 예술가들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연극 등 공연예술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역 예술인들을 협동조합 형태로 지원하는 아르텅헤엘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마침 스트라스부르 인근이니 여행과 취재를 겸하면 좋겠다 싶어, 스트라스부르의 아르텅헤엘도 내 취재 목록에 올려두었더랬다.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리옹 등을 취재한 뒤, 4개월간의 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첫 행선지로 스트라스부르를 잡았다. 내가 살던 프랑스 북부 도시인 릴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간 뒤 국경을 넘기 위해서였다.


출처: GOEURO



날짜에 맞추어 아르텅헤엘 측에 취재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답장을 안 주는 거다. 이때까지 취재 요청을 거절당한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약간 당혹스러웠다. 혹시 이메일을 영어로 보내서 그런가? 그래, 내가 취재한 분들은 다 영어를 하긴 했지만 모든 프랑스인이 영어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프랑스어로 보내보자. 그래서 페이스북 메시지로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 언어로 다시 요청을 보내보았다. 며칠을 기다렸는데도 답이 없었다.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김에 꼭 취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한담. 일단 아르텅헤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홈페이지 상단에 Les Entrepreneurs (사업가)가 눈에 띄었다. 클릭해보니 아르텅헤엘 소속의 예술가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한 명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출판 작업을 하는 사람, 사진 작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 등등. 많고 많은 예술가 중 내 눈을 사로잡은 사람은 단연코 사브리나 씨였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 관광객을 가이드하고, 공연계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라고. 미디어-여행-공연. 내가 좋아하는 이 많은 분야를 다 하고 있는 멋진 사람이라니. 단번에 그녀에게 끌렸다. 공연계와 미디어 중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다 자기 업으로 삼은 사브리나 씨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즉시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한국 대학생이고, 특히 관광과 연극에 관심이 많아 꼭 만나보고 싶다. 단순히 아르텅헤엘에 대한 취재보다, 직접 사브리나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명에게만 연락을 넣어두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여러 사람에게 메일을 넣었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린 결과, 사브리나 씨한테만 답장이 왔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여러 가지 언어로 투어 가이드를 진행하고, 여러 공연에도 참여하는 '자기만의 업'을 만든 사람.


너무 신기했다. 사브리나 씨의 답장을 가장 기다리긴 했지만,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정성스레 메일을 보냈는데 가장 취재하고 싶던 사브리나 씨에게 정성스런 답장이 오다니. 진심은 통하는 건가. 어쩌면 잘됐다- 싶어 스트라스부르로 떠날 날을 고대하며 열심히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짧은 방학이나 주말을 활용해 취재를 다녔던 지난 일정과 다르게, 스트라스부르 일정은 학기가 온전히 끝난 뒤 떠나는 첫 행선지였다. 4개월간의 학기를 마치고, 정든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기숙사 짐도 다 정리한 뒤 떠나는 시간.



섭섭함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짐을 모두 싸들고 난 뒤, 친구들과 작별 파티를 마치고, 아침에모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1달 반 혼자만의 유럽 여행과,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브리나 씨와의 취재를 하러 말이다!


다음 에피소드는 스트라스부르에 대한 인상과, 사브리나 씨와의 인터뷰-

      



이전 10화 스위스 소도시 축제에 참여해보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