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하고 싶은 일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예를 들어 예술이라면. 더 매력적인 상상이 아닐까?
유럽 로컬 곳곳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의 네 번째 목적지는 스트라스부르의 예술인 협동조합, 아르텅헤엘이었다.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해나가며, 경제적 안정성도 얻는 예술가를 만났다.
지난 편에서는 사브리나 씨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본편에는 예술인 협동조합에서 일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봤다. 만능 일잘러로 자리매김한 사브리나 씨는 왜 협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걸까?
"제가 여러 분야에서 일해 왔잖아요. 항상 일자리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게 점점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제 홈페이지를 만들어 프리랜서 예술가로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완전히 독립된 프리랜서로 활동하지 않고 아르텅헤엘을 선택하신 계기는 뭔가요? 아르텅헤엘에 소속되며 일하는 건 일반 프리랜서 예술가와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프리랜서의 큰 특징은 고정적인 수업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예술인 협동조합인 아르텅헤엘은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사회적 보호망을 만들어줘요. 그게 정말 큰 장점이에요."
사실 아르텅헤엘(artempsréel)은 예술을 뜻하는 art, 시간을 뜻하는 temps, 그리고 현실을 뜻하는 réel을 결합한 말을 결합한 말이다. 즉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현실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그 말처럼 예술인에게 경제, 행정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사브리나 씨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아르텅헤엘에 소속된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예를 들어서 제 업무는 크게 세 가지예요. 공연 분야는 협회에 제가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담당하며 일하기도 해요. 관광 분야에서는 제가 가이드도 하고, 패키지를 만들기도 하죠. 세 가지 업무를 돌아가며 겹치지 않게 일정을 짜고 있지만, 가끔 힘들 때가 있잖아요.
일이 겹치거나 너무 바쁠 때 의뢰가 들어오면 제가 아는 예술가를 대신 추천하곤 했어요. 그러다 아르텅헤엘 소속의 예술가들끼리 소규모 협회를 만들어 서로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배분하게 되었죠. 위계질서가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회사인 셈이죠. 그것도 아주 큰 도움이 돼요."
지금은 한국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이 실행되고 있지만,
내가 인터뷰를 했을 당시 (2019년도) 에만 해도 아직까지 한국에 관련 모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다. 공연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 예술계의 불안정성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그 후 로컬 인터뷰 여행을 계획하며 프랑스 로컬에 대해 알아보던 중 아르텅헤엘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수도권이 아닌 스트라스부르와 뮐루즈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로컬 인터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인 협동조합이 궁금해서 찾아온 뮐루즈행이었다. 하지만 행정적인 부분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열정, 그리고 서로 협업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좋은 제도가 그런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뒷받침해준다면, 큰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것도 말이다.
실제로 2005년 아르텅헤엘이 창립된 후 10년 후, 그 영향으로 알자스 지방에 협동조합 단체들이 생겨났다. 아르텅헤엘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은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역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그들 서로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단순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로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