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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Mar 13. 2021

스마트폰 하나로 서울의 역사 바꾸는 법

서울의 역사는 몇 년이나 될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500년 역사의 도시, 한양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혹시 아시는가? 서울의 역사가 2000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서울 한복판 송파구에, 2000년 전 고대 국가 백제가 존재했던 흔적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미스터리였던 백제의 첫 도읍지와 왕궁이 서울에 있었다면, 한양 500년으로 알고 있던 서울의 역사가 2000년 전부터 존재한 셈이 된다.


만약 당신이 그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게임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말이다.


우리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어플 하나 깔고, 지하철로 달려가 강동구청역에서 내리면 그때부터 당신의 모험이 시작된다. 친한 친구와 함께 할 수도,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이곳에서 2000년 역사의 비밀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거다. 그냥 문화재의 안내판을 읽으며 과거를 막연히 상상해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주인공이 되어 역사를 바꿔볼 수 있다.


물론 주인공에게는 고난이 따르는 법. 역사를 발굴하며 사람들의 반박에도 맞서야 할 것이다.


그럼, 이게 도대체 어디란 말이야? 거기 뭐가 있다는 건데?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 이게 2000년 비밀을 품은 유적지라고? 저건 뭐야. 무덤이야?


그렇다. 이곳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유적지가 아니다. 무릇 몇천 년 역사의 유적지라 함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는 스케일이거나, 관광객들이 줄을 설 정도로 복작복작여야 하지 않나?


사실 송파구 풍납동에는 집자리터, 제사터 등 '흔적'만이 남아 있다. 또한 왕궁을 지키던 풍납토성은 흙으로 쌓은 '토성'이다. 따라서 여느 유적지와 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미안하지만 잠시 접어둬야 한다.


하지만, 게임을 수행하며 천천히 토성을 따라 걸으면 풍납토성만의 매력이 보인다. 뒤로는 화려한 서울의 상징인 롯데타워가 반짝이고, 토성 뒤로는 지극히 평범한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 앞에, 몇 천년을 숨죽여온 한성백제의 토성이 줄지어 있는 것이다.


다른 문화재보다 휑해서 즐길 거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AR기술로 아이템을 획득하고, 문제를 푸는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여행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직접 발굴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게임을 한다? 그 순간 풍납토성의 단점이 순식간에 장점으로 바뀔 것이다.


뿅뿅!


중요하지만 지루했던 역사를, 게임으로 즐겁게


서울의 숨겨진 명소에서 역사를 바꾸는 주인공이 되기. 충분히 이색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하다. 끝난 후에는 '아 서울에 이런 곳도 있었네. 이런 역사도 있었구나.' 생각까지 들 것이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본 이야기는 대체현실 콘텐츠(=야외 방탈출)를 만드는 어플 리얼월드의 로컬 크리에이터 출시 과정을 통해 내가 출시한 게임이다. 일명 <잃어버린 왕국, 백제를 발굴하라!>


롯데타워, 공사장 그리고 (과거 이곳에 있었을) 왕궁


이 풍납토성은 사실 발견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25년 일제강점기 당시 대홍수가 일어나 삼국시대 전기의 청동기가 발견된다. 한동안 이곳이 백제의 수도 한성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성벽 내외부로 주택가가 형성되게 된다.


그 후 1997년 풍납동 아파트 재개발 공사 당시 유물이 발견되었지만 공사 중단을 우려한 현장 관계자들은 이를 은폐하려 한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곳을 주목하고 있던 역사학자 이형구 교수가 몰래 잠입하여 유물 발견에 성공한 뒤,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지금은 현존하는 후보지 중 가장 강력한 백제 왕성의 후보지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처럼 서울의 역사가 500년에서 2000년으로 바뀔만한 사건이고, 평범해보이는 이 곳에 어마어마한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사람들은 얼마나 이에 대해 알고 있을까?


답사를 위해 방문한 풍납토성은 주민들의 산책로로만 쓰이고 있었다. 물론 문화재가 주민들의 삶과 공존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실 거주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놀랄만한 역사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대접해야 할 유적지가 아니라, 공원으로만 생각되는 게 안타까웠다. 어떻게 보면 재현된 경복궁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진짜 몇천 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던 서울의 폼페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 재미있게 문제를 풀고 아이템을 획득하면서, 한 번 직접 역사를 바꿔 보라고 말이다. 직접 역사를 바꿔 왜 이 역사가 필요한지,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지극히 평범한 이 동네에, 사실 서울의 폼페이가 숨겨져 있었다고 말이다.



+ 혹시나 게임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어플 '리얼월드'를 설치한 뒤 '백제'를 검색하시면 된다. (혹은 메인 화면의 '로컬 크리에이터 참가작 공개'에서 찾으셔도 된다:D) 당분간 무료로 운영 중이고 후에 유료 전환 예정이니, 코로나 시국에 걸맞은 비대면 관광이자 역사를 바꾸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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