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한 문구가 있었다.
보는 순간 생각했다. 와 이거 진짜 재밌겠다!
계속 읽어 내려갔다. 기획 워크숍, 체류비와 활동 지원금, 로컬 창작자와 협업한 한정판 어메니티까지 읽자 확신했다.
아 이거 꼭 해야겠다.
여행/로컬 덕후인 내가, 꼭 해야겠어!
사실 여행 다녀오면서 콘텐츠 만드는 것 자체는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행 다녀오면 다들 SNS에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지 않나.
하지만, 지역의 창작자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에서 로컬 콘텐츠 발굴이라니!
조금 더 지역을 깊이 경험하고, 그걸 바탕으로 내가 다시 재해석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았다! (참고로 나는 로컬 덕후다. 유럽에서 로컬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역의 없어진 가게에 대한 뉴스레터를 만들고, 지역 관광 공모전에서도 여러 번 수상한 찐 로컬 덕후...;;)
그래서 신청했다. 경쟁률은 나름 치열했지만, 로컬에 관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온 덕분인지 줌 면접까지 거쳐 무사히 선발될 수 있었다. 그렇게 7월 8일부터 11일까지, 강화도에서 4일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다른 여행과는 다른 '로컬 콘텐츠 발굴하는 여행'만의 매력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썸머 세션이라는 로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지역의 청년 기획자들이 만든 청년마을 사업의 일환이다. 즉, 지원금과 지역에 대한 기반이 다 있는 탄탄한 프로그램인 셈이다.
지원자를 받고, 선발된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어 3박 4일 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처음 본 사람들끼리 친해지고, 관심사를 나누며 콘텐츠의 방향성을 정하고 제작까지 뚝딱 해내야 했다.
과연 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나도 3박 4일 일정이라 좀 빠듯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서,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하면서도 서로의 취향에 스며드며,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을 탐구할 수 있었다.
비건 팀원 덕분에 강화도에서 건강 맛집을 다녀봤다. 비건인의 입장에서 여행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다니던 나에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었다.
다양한 취향과 장점의 4명이 협업하니,
지역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팀원 덕분에 콘텐츠의 깊이가 깊어졌다. 또 금손 팀원 덕분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일러스트가 더해지며 우리 콘텐츠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디자인 능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혼자 만들 수 없는 콘텐츠였다!
단지 콘텐츠의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협업하여 만드는 과정도 하나의 여행이었다.
콘텐츠의 방향성을 잡고, 깊이 있는 분석이 하나 들어갔다. 길고 긴 인터뷰에서 핵심을 골라내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남겨둔다. 각자가 느낀 바를 이야기하며 콘텐츠에 의미를 더 해준다. 밤샘 작업에 지쳐있을 무렵, 금손 팀원이 뚝딱뚝딱 작업하고 있던 예쁜 일러스트가 하나 둘 완성되며 하나 둘 완성되어갔다. 그 과정을, 우리 모두 함께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인터뷰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 그리고, 콘텐츠를 완성했다는 뿌듯함과 밤새우며 다져진 전우애는 덤이었다!
콘텐츠 만드는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의 원래 주제는 강화도 비건 코스였지만, 취재 중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강화도로 이주한 청년들 인터뷰'로 주제를 바꿨다. 강화도로 이주한 청년 사장님 두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기한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 분은 비건 베이커리와 비건 카페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처음에는 '비건'으로 접근했지만 곧 깨달았다.
비건은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 중 일부일 뿐이고, 핵심은 일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에 있다는 걸 깨달은 거다.
강화도의 아름다운 논밭을 바라보며 인터뷰를 하다, 지역에 관한 나만의 깨달음을 얻자 그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뭐랄까, 이 논뷰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터뷰를 하며 접한 강화도는, 더 애착이 갔다. 그냥 여행했다면 그냥 '예쁜 카페, 맛있는 베이커리'로 기억되었을 공간이
사실 모두가 이렇게 여행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연하다. 여행은 쉬려고 떠나는 건데, 굳이 가서 뭘 만들고... 여행 가서도 일을 또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과 여행을 통한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나만의 '로컬 콘텐츠'를 기획해보는 일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여행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관점을 얻게 해 준다.
하지만 지역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며 여행한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여행이 된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하며 지역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결과물을 오밀조밀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 참 멋지지 않을까?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다른 사람과 여정을 함께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나만의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인생 지역, 인생 경험을 만들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