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탐방지는, 프랑스 리옹의 협동조합 카페 Le-court-circuit 이다. 협동조합 카페라고 하면, 어렵게 들릴 수 있겠지만 간단하다. 이 가게에는 사장이 없다. 모두가 평등한 협동조합 형태다.
리옹은 프랑스 제 2도시다. 내가 거주했던 릴은 파리 인근의 북부 도시였는데, 프랑스에서 북부와 남부의 차이는 우리나라의 경상도와 전라도(..) 정도의 차이랄까. 오죽하면 남부에서 직장을 다니다 북부로 발령을 받은 남자가 처음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절망하다가, 결국 북부의 매력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영화마저 있을 정도다. 흠, 이정도면 우리나라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관광객들이 마주하는 리옹은 화려하다. 리옹은 영화의 아버지 뤼미에르와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택쥐페리의 고향이다. 그 덕에 리옹 관광객 대다수는 뤼미에르 박물관이나 영화 박물관을 찾아 예술의 진수를 경험한다. 리옹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름난 미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랑스 교통의 중심지였던 역사로 인해 프랑스 각지의 식재료가 모였다고.
하지만 관광객들이 마주하는 리옹과 내가 경험한 리옹은 달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방문할 때 세련된 도시로 여기며 방문하지만 서울 곳곳에 낙후되거나 옛 정취가 남아있는 지역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재하기 전, 리옹의 뤼미에르 박물관과 영화 박물관을 구경하고, 구시가지를 탐방할때 내게 리옹은 예술적인 프랑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취재를 하기 위해 기요티에르 지역을 찾았을 때 느낌은 사뭇 달랐다.
리옹은 9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펍이 위치한 곳은 7구의 기요티에르 지역이다. 리옹 7구는 대학교와 국제 학교가 많아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 그 중에서도 기요티에르 지역은 유색 인종 거주 비율이 높다. 대학생과 유색 인종 비율이 높은 탓인지 리옹의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싼 편이다.
하지만 2010년에 문을 연 카페는, 기요티에르 지역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단순히 트렌디한 펍으로 자리매김해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라는 결말이 아니라, 로컬 식재료만을 사용해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였다. 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펍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완전한 성공과 함께 카페 인근의 집값마저 올랐다. 지금은 창업자들이 같은 이념을 가진 공간을 곳곳에 만들고, 프랑스 시골 전역에 로컬 푸드를 제공하는 푸드트럭 시스템으로의 확장도 준비중이다.
이 카페를 취재하고 싶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첫번째는, 사장이 없고 모두가 평등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펍이라는 점.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모두가 평등하다는 점에서 오는 이 곳만의 장점이 있었다.
두번째는, 로컬 푸드/제품만을 사용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점에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직접 만나 확인한 그들의 '로컬 푸드 지향'은 어마어마한 정도였다. 마지막은 문화행사, 공연 등을 개최하여 기요티에르 지역을 바꿔놓았다는 거다. 이제 수도나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고 지역 곳곳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동네에서 소소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암스테르담 코하우징을 취재하면서도 느꼈던 변화였다.
내 집 근처에서, 동네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
https://brunch.co.kr/@daeunhwang/6
사실 베를린이나 포틀랜드처럼 로컬 지향적인 삶이 발달한 곳에서는 이와 비슷한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점차 이러한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Le court-circuit은 인근 지역 집값까지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강력한 성공 모델인 만큼,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또한 전시회를 여는 카페, 공연을 하는 펍, 취향 모임을 주최하는 독립 서점같은 복합문화공간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스템은 가게의 입장에서 본다면 해당 공간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니 좋은 셈이다. 나도 단순히 음료만 파는 카페보다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카페에 더 가게 되더라.
이렇듯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며 공간 정체성을 확장한 매우 바람직한 시도를 성공시킨 곳이기에,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