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카오스는 한국어로 혼돈이란 뜻이다. 과학에서는 복잡한 걸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카오스 이론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신림역까지 두 정거장 간다고 생각해보자. 보통 차가 막히지 않으면 5분, 막히면 15분이 걸릴거다.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걸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신호등에 걸릴지 안걸릴지, 다른 차가 앞을 막아서 늦을수도 있고, 버스 엔진에 문제가 생기거나, 운전사가 왠지 빨리 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거다. 버스로 가까운 데 가는 일만해도 이렇게 복잡하다. 카오스 이론은 이런 복잡한 걸 수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우리 가슴에는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손을 대보면 심장박동이 주기적이다. 하지만, 측정해보면 조금씩 달라진다. 몸 상태에 맞춰서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건강이 안좋은 사람은 박동수를 최적화하지 못해 똑같은 시간에 뛴다. 심장에는 전파를 쏴서 심장이 뛰게 하는 기관이 있다. 카오스 이론은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속도를 연구해서 심장이 안좋은 사람이 심장에 보조장치를 설치하는 걸 도와주기도 한다.
프랙탈이라는 말이 있다. 나무를 떠올려보자. 나무에는 나뭇가지가 아무 규칙없이 이리저리 뻗어있다. 그런데 나뭇가지는 나뭇잎에 있는 잎맥들의 모양과 비슷한다. 프랙탈은 이렇게 멀리서 봤을 때의 모양이 자세히 들여봤을 때 부분들과의 모양과 비슷한 걸 말한다. 이런 현상은 자연에서 흔히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바닷가를 멀리서 보았을 때와 가까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집들은 집 지붕 모양이 마을의 집들의 배치모양과 같다. 우리가 먹는 브로콜리 같은 식물도 덩어리의 전체적인 모양이 작은 부분의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다.
카오스이론은 동기화를 연구하기도 한다. 좌우로 추가 흔들리는 시계가 있다. 이 시계를 같은 곳에 두개를 놓으면 점차 흔들리는 타이밍이 같아진다고 한다. 이런 걸 동기화된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 박수는 처음에는 제각각 열심히 치다가 조금만 지나면 손바닥이 부딪히는 타이밍이 점점 비슷해진다. 반딧불도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하나둘 불을 켜고 깜박이다가 깜깜해지면 박자에 맞춰서 다같이 반짝인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런 규칙이 없을 거 같은 개천의 물소리에도 법칙이 있다. 쉬운 건 아니지만, 수식으로 표현한다. 수식은 노래에도 나타난다. 노래 음정이 갑자기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경우와 비슷한 음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가 있다. 노래에 음의 변화가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도 규칙이 있어서 수식에 맞는 노래에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편안함을 느끼는 수식이 자연의 소리들과 산의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니 신기하다.
과학은 수식, 즉 수학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더하기 곱하기 나누기 제곱말고, 더 복잡한 방정식이다. 방정식은 x와 y와 같은 영어를 넣어 만드는 식이다. x가 1일 때 2일 때, y가 3일때 4일 때 답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복잡한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 카오스 이론은 x나 y를 여러 개 사용하기 때문에 복잡하다. 과학이란 보통 실험실에서 가운을 입고 연구하는 학문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