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인공지능은 가치중립적인가

'페미니즘 인공지능' 메러디스 브루서드 2019

by cell

'페미니즘 인공지능'은 책의 내용이 페미니즘보다는 테크놀로지의 가치중립성에 비중이 높으므로,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원제인 'artificial unintelligence'와는 거리가 먼 제목이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가치중립성에 관심있는 독자에게는 쉬운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과학과 기술을 페미니즘에서 보는 시각을 다룬 책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이 출판계에서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키워드중에 하나이기 때문일거다. 굳이 원제와 다르게 '페미니즘 인공지능'을 붙인 이유가 말이다.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읽다가 실망할 것이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페미니즘 얘기가 일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책의 목적은 테크놀로지는 수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중립적이므로, 테크놀로지 발적에 매진해야 한다는 테크놀로지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튜링의 인공지능 테스트가 가진 성별의식처럼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예는 간혹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고 책이 실망스러운 건 아니다. 책의 저자는 데이터 저널리스트다. 데이터 저널리스트들의 분야가 여럿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알고리즘의 중립성이 저자의 주요 영역이다. 단순히 데이터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직접 머신러닝 프로그램 코드를 짜서 기사작성에 활용하고, 해커톤에 참여해 1위를 수상한 경력이 있을정도로 기술 이해도가 높다. 굳이 이렇게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한줄한줄 파이썬 코딩 작성과정을 따라오게 하면서 까지 설명하는 방식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의도하는 테크놀로지 리터리시의 소양에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다가올 수 있게 하는게 데이터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부족한 사회성이 테크놀로지 지상주의에 미친영향을 다룬 것도 신선한 관점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원한 것은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꼭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과학철학에서 인식론을 다룬다 하지만 쿤이나 포퍼같은 철학의 영역을 다루고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는 건 아니다. 반대로 페미니즘 책 중에는 ‘나는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성차별에 반대합니다’와 같은 책은 있으나 과학 자체의 방법론이나 인식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소개한 책은 찾기 어렵다. 일부나마 이 책에서 보여주지만 자세하지는 않다.


입문서로는 좋으며, 책 제목과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하는 책이다. 인공지능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쉽게 글을 쓰기에는 이만한 저자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과학과 기술은 어렵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점차 커져가므로 이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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