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유전자가 우리를 결정하는가

게놈 익스프레스, 2016

by cell

유전자는 물질적 실체가 있는가라는 뜻밖의 질문을 하는 책이다. 유전학의 역사를 환상적인 여행을 통해 보여준다 . 이 여정의 끝은 무엇인지, 궁금증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추천사의 한 구절이다. '아직도 유전자가 DNA이며, 아주 확고한 물리적 실체를 의미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 하지만 유전자를 향한 여정은 근래에 이르러 유전자라는 물리적 실체의 전제를 의심하게 만드는데 까지 나아갔다. ... 유전자가 생물체의 정보를 압축한 정보 덩어리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유전자는 염색체에 있는 DNA다. 디지털 부호처럼 A,G,C,T가 적혀있고 환경의 영향이 있을지언정 신체특징이나 재능, 성격은 유전자로 전해진다는 상식과 일치하는 않는 글이다.


유전학 여행은 생명체는 어떻게 유전되는가란 문제에서 시작한다. 익숙한 멘델의 완두콩, 모건의 초파리 연구도 등장하지만 양자역학으로 유명한 슈뢰딩거나 물리학자 볼츠만도 만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은 틀린 것으로 판명된 연구를 왜 읽냐고 한다지만, 과학사를 읽는 것은 중요하다. 일반 독자들에게 과학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방법을 따라가는 것은 복잡한 과학을 이해하는 쉽고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분자생물학의 시작이 책의 클라이맥스가 될 거란 예상과 달리, 거기까지 읽어도 아직 절반이 넘는 분량이 남아있다.여기서부터 DNA가 무엇인지, 과학자들이 생명의 실체를 탐구하는 놀라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아톰 익스프레스와 어메이징 그래비티'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론을 알기 전까지 놓기 어려운 추리물을 읽는 기분이다.


한국 저자가 쓴 유전학 만화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한데, 문제의식까지 감탄스러우니 과학교양서 중에 탑급이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나 '아톰 익스프레스'에 비해 다소 깊게 다룬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두 시리즈보다 문제의식과 내용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바라 매클린톡의 전기를 쓴 이블린 폭스 켈러는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를 쓴 학자인데, 매클린톡의 영행을 받은 것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