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징병제 바라보기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를 읽고

by cell

여성의 입장에서 군대글을 쓰는 케이스가 얼마나 될까. 여성학에서 군대를 다루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없을 것 같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말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표현이 좀 그래보일 수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온 페미니스트가 썼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책이다.


다른 독후감들을 보니, 평이 좋지 않다. 중반까지 개인적인 경험은 그렇게까지 길게 적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징병제를 다룬 것이 헌법 재판소의 합헌 의견과 이어지는 반박들이다. 후반부에서는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낙관론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각들이 있었다. 젠더중립적인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북유럽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국가들을 비교한다. 같은 여성 징병제라도 차이가 있다. 전자는 지원병과와 진급에 있어서 성별 불균형을 재생산한다. 후자는 전투병은 남성의 영역이 아니며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사회에서 성평등을 강화하는데 군대 조직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고려해야할 것은 북유럽의 징병제는 유명무실하며, 징집대상의 일부가 선택하는 모병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마도 글쓴이는 북유럽의 군대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의무적인 한국 징병제 현실에서 이를 논할 단계는 이르지 않나 싶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이행은 바람직할까. 오히려 모병제가 전쟁에 대한 현실감을 떨어뜨려 평화주의에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다른 분의 독후감을 보니 군인권센터에서도 같은 의견이 있다고 한다. 모병제가 돈으로 군대를 해결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택하는 직업이 되는 문제도 있을 거다. 징병제는 무상으로 국가가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고, 보상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모병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다.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의문들이 있었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여서 책 한권만으로 논의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다. 군대의 역할은 무엇이며, 반드시 필요한가. 징병제는 유지되어야 하는가. 군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그리고 징병제 논의가 펼쳐지는 지형에 대한 분석도 있기를 바랐다. 여성 징병제가 현시점에 실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여성 징병제 주장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건 왜일까.


군인권센터 자료나 병역법 헌법 결정문을 읽어보고, 대체복무제나 징병제 자체처럼 여러가지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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