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우주와 지구와 나

빅히스토리를 읽고

by cell

구글 어스는 지도를 자유롭게 확대하고 축소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계속 줌이웃을 하면 우주를 배경으로 한 둥근 지구가 보이고 조금씩 줌인하면 유라시아 대륙, 동아시아, 한국, 서울, 강남구, 압구정, 트레바리가 있는 건물 순으로 확대해볼 수 있다. 빅히스토리는 역사를 줌아웃한다. 138억년 우주의 기원에서 현재까지를.


빅퀘스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새삼스러운 질문이 아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질 수도 있고, 궁상맞게 인생이 뭘까 고민하다 들 수도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몇천년이 아니라 더 오래 전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시작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주 단위로 보면 우리는 별먼지다. 수소와 헬륨으로 가득찬 우주에 새로운 원소들이 나타나고 초신성은 핵융합으로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낸다. 지구의 암석들은 물론, 인간의 몸을 이루는 탄소와 질소 등의 원자는 우주에서 왔다.


지구 단위로 보면 생태계의 일원이다. 강아지, 고양이, 파리, 가로수, 세균. 생물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세포 시절의 공통된 조상을 만나게 된다. 생명의 역사가 흘러흘러 운석충돌이 일으킨 환경변화가 공룡의 멸종을 가져왔고, 생태계에 생긴 빈 공간에서 포유류는 진화할 기회를 얻었다.


빅히스토리는 일반적으로 역사학이라고 불러오던 시대를 보는 데에도 새로운 시각을 준다. 역사를 배울 때 신화나 종교는 분석의 대상이 아닌 이런 게 있었다 정도로 배웠다. 책에서는 여러 지역의 신화에 홍수가 중요한 일화로 등장하는 것을 흑해의 형성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지중해의 수면이 높아지면서 육지였던 보스포러스 해협이 물에 잠기고, 내해였던 지역에 흑해가 만들어진다. 호수가 범람하면서 흑해 주변지역의 설화에 공통적으로 홍수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 이슬람교 등 주요 종교가 특정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도시에서 살게되면서 불만이 발생하고, 사회 유지를 위해 종교가 발생했다는 식의 설명이다.


기존 역사학이 서구에 치우친 반면,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서구중심 질서도 세계적인 교류가 낳은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류의 생활영역도 관심이 적은 식민지 이전 아메리카를 비롯해 아프리카, 남태평양까지 이르는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들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몽골제국의 역할과 에스파냐, 포르투갈의 대서양 항로를 비교한 것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다보면 연구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빅뱅 직후에 벌어진 일은 무엇인지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가 될지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도 마찬가지다. 해저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면, 이를 재현할 수 있는지 없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인원에서 침팬지가 나뉜 증거는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조상은 무슨 이유로 대양을 건너야 했을까. 이제 시작되는 학문이고, 전공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유튜브에 보면 임계시점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복잡성과 골디럭스 환경도 언급된다. 단편적으로만 이해한 내용이지만, 클럽장님이 책을 소개해주실 때 비판적으로 보신다고 해서 그 이유도 궁금했다.


빅히스토리에서 인간의 절반의 여성의 지위를 다루는 양은 많지 않다. 수렵채집생활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는 평등한 편이었다고 한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성별분업이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가 태동되었다. 모계사회를 발견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비롯해 임금노동의 발생과 함께 여성노동의 가치가 낮아지기 시작한 점, 민주주의 정치로의 이행 시점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늦게서야 부여된 점 등을 언급하고 있는 정도다.


빅히스토리를 콜라캔을 들어 설명하는 비유가 있다. 콜라캔을 앞에 놓고 생각해본다. 이 콜라캔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 공장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캔을 만든 금속은 어디에서 왔을까. 반대로 콜라캔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뒤에는 어디로 갈까. 재활용이 될까. 그렇지 않다면 땅에 파묻혀 분해되는 것일까. 내게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혜화역에서 왜 몰카 시위를 할까. 화장실 몰카는 왜 보는 것일까. 남성의 몸과 달리 여성의 몸이 성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것도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가부장제가 발생한 때를 찾아갈 수 있는 걸까. 일제시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이제서야 발굴되는 것처럼, 여성의 시각에서 연구결과들이 많아지면 빅히스토리도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다. 해결책을 찾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말이다.


책을 읽노라면 길고 긴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책을 덮고 고개를 들면 순간에 일희일비하고, 내일의 일을 걱정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 그래도 우리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가늠해보는 약간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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