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열전을 읽고
박물관에서 '공룡의 재구성'을 주제로 과학강연이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석자들이 자리해 공룡의 최신 연구결과들을 듣고 있었다. 질문과 답변 시간에 한 아이가 물었다. '공룡의 이름들은 어떻게 알아내는거에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웃었고, 강연하는 분은 친절히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를 설명해주셨다. 어쩌면 공룡이름이 복잡해서 저런 궁금증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공룡 이름은 최초 발견자가 짓는다. 발견 지역의 이름을 붙이거나, 신체적 특징을 반영하고, 때로는 사람이나 캐릭터명을 활용하기도 한다. '공룡열전'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룡인 티라노사우로루스의 '폭군도마뱀'이라는 이름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거대한 머리와 덩치같은 특징을 반영해 지은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에는 인기가 많은 만큼, 더 크고 무섭고, 호전적이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냥감을 뒤쫓다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포효하는 모습, 다른 육식공룡과 물고 뜯는 장면을 보며 짜릿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같고 있는 이미지는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훨씬 속도가 느려서 굼뜬 공룡이었고, 한때는 그래서 시체 청소부에 불과했다는 이론도 있었다. 때로는 차디찬 느낌의 피부가 아니라 털복숭이로 그려지기도 했다. 사실 영화의 울음소리는 사자와 고릴라등의 것을 합성한 가상의 소리라고 한다. 그래도 뭐 가장 최근의 연구는 최강 육식공룡이라는점은 변함이 없고, 왕이니 만큼 시체를 먹든 사냥을 하든 최상위 포식자인 것은 분명하다.
벨로키랍터로 영화로 알려진 공룡은 데니노니쿠스다. 데니노니쿠스는 아직 용도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두번째 큰발톱과 집단 사냥을 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사람 허리정도 오는 작은 공룡이었으나, 영화에서 더 무섭게 만들기 위해 사람 키보다 크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에 큰 사이즈의 데니노키누스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베를린자연사박물관의 사진만 봐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책에서 사진을 본 순간,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꼬리나 다리부근의 자극이 뇌에 전달되는데 수십초나 걸렸던 것일까. 이 거대한 공룡은 입에서 폐까지의 길이도 만만치 않아서, 정상적인 호흡을 위해 중간중간 공기주머니까지 있었다고 한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백악기 말기의 디아트리마다. 거대한 부리로 들판을 휘젓고 다니며 주변 생물들을 공포에 떨게 했을 공룡이다. 인기가 적어서인지 또는 연구결과가 많지 않아서 인지 책에서는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다.
1억이 넘는 아주 오래전의 공룡의 모습과 생활방식을 추측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길가에 버려진 신발을 보고 주인의 집주소를 알아내는 것만큼 어렵다. 공룡의 모습과 생활방식 연구의 변천사를 '공룡열전'은 흥미롭게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연구기술 발달은 놀라울 정도다. 색소세포를 발견하면 전자현미경으로 깃털이나 피부의 색도 알아맞출 수 있다.
'ALL YESTERDAY'라는 책은 고생물학의 공룡재구성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고생물학의 연구자료는 화석이 유일하기 때문에, 재현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의 코끼리와 하마, 고양이를 뼈만 보고 같은 방식으로 재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인터넷에서 서핑하면서 종종 보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과는 동떨어진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계속 바뀌어가는 연구결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언젠가 기술이 발전하면 근사치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게될 날이 올까.
마지막으로 몇가지 더 떠오른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진화'다. 목긴공룡의 긴목에는 어처구니 없게도 뇌에서 나온 신경이 심장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턱으로 올라간다. 신경이 자리잡은 이후에 목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공룡의 V자골은 처음에는 그런 용도가 아니었지만 새가 날개짓하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변했다. 생물은 애초에 최적화되어 설계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최적화된 몸을 가져왔다. 이런 이론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중간단계의 화석을 기다린다.
두번째는 '성'이다. 깃털의 용도를 두고 고생물학자들은 논란을 주고 받는다. 체온 유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수단, 활강에 필요한 것 등등 말이다. 그리고 결론 중의 하나는 알을 품는 것이었다. 알을 품은 공룡의 화석은 수컷으로 밝혀졌다. 흔히들 자연을 관찰하고 암컷은 모성애가 뛰어나고, 따라서 인간의 본능이라고 전제하지만 그건 선입견일 수도 있다. 한가지 사례로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암컷만의 역할이 아니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한번 확인되었다는 것은 두번 발견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화석 발굴 동영상을 보고,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람부는 벌판에는 사방이 누런 흙과 돌뿐이다. 길도 없는 몽골의 황무지를 그냥 걸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화석이 보이면 발굴이 시작된다. 발견하지 못하면, 발견할 때까지 계속 걷기만 하는 것이다. 발굴 뒤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도 화석 하나 제대로 맞추기 위해 몇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오로지 집요한 탐구심으로 어려운 길을 걷는 분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1억년도 더 된 그때를 상상해볼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