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봄날의 레토릭
더는 애쓰지 않기로 해요. 봄을 예찬하다가 사랑에 빠지거나, 동경을 미움이라 확신하지 말기로 합시다. 오늘 같은 날엔 반짝이다가 이내 그슬어 버리는 것을 마주하면 충분해요. 눈을 반쯤 감고 속눈썹에 맺혀 부서지는 햇살을 본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새들이 아웅다웅하는 아침이 지나고 찾아드는 고요함도 이내 익숙해질 거예요. 그러니 기쁨이니 슬픔이니 하는 가여운 것들을 모두어 미약한 볕에 던져둡시다. 익겠지. 타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이야길랑 잠시 잊고서요.
우리 이제 삼켜지지 않는 수많은 아쉬움을 게우고 봄 마중을 해야 해요. 계절 사이를 오가는 눈에 익은 것들은 낯섦이 되었지마는, 거기서 터지는 꽃망울을 부둥켜안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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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음을 알기에, 봄을 핑계 삼아 오래 부둥켜안은 마음을 꺼내는 겁니다.